尹 대통령, 지난해 참석했으나 올해 대외 일정으로 불참
민주당 "尹 대통령, 야구장만 가고 추념식 안가" 비판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75주년을 맞은 제주 4·3 추념식에 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의 아픔을 강조한 것과 반대로 이번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리참석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및 여당 인사도 이날 제주를 찾지 않는다. 그동안 4·3사건을 둘러싼 진영 간 갈등과 희생자·유가족의 상처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
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제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다. 4·3희생자 추념일은 지난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제66주년 추념식부터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해오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3년 만에 방역상 제한 없이 진행된다. 유족 대표 등 제주도민 1만5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 인사,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함께한다.
그러나 보수정부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참석이 기대됐던 윤 대통령은 전날 '해외 순방 준비'와 '일정상 이유'를 들며 불참 의사를 밝혔고, 추념식엔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 대신 참석해 정부를 대표해 추념사를 읽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추념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올해도 찾을 것이란 기대를 걸었으나, 무산됐다. 지난 1일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시구를 하고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던 것과 대조되는 행보라 4.3 유족과 도민들의 실망감을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도 김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모두 불참한다. 당내 일정이 많다는 이유다. 여당을 대표해선 김병민 최고의원,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참석한다. 당에서는 제주와 관련된 현안을 묶어 추후 별도의 지도부 방문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윤 대통령의 불참 소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픔을 보듬고자 제주를 찾는데, 현직 대통령이 이를 외면하는 것"이냐며 "1일 윤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는데, 대구는 괜찮고,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여당을 겨냥해 "게다가 김 대표 등 여당 주요 관계자들 모두 4·3 추념식에 불참한다고 한다"며 "선거 때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드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 놓고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니 기가 막힌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역사적 평가가 끝난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의 반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진실화해위원장을 맡고, 김일성의 지시라고 주장한 사람은 국미의힘 최고위원이 됐다"며 "제주에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지금 윤 정부와 여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달리 이 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4·3 평화공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 뒤 모두 추념식에 참석한다. 문 전 대통령도 오후 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일 미리 제주를 찾아 4·3 유족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4·3 왜곡 처벌규정이 담긴 4·3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김 의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