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소·사슴고기 등으로 만든 반려동물용 사료의 수입 허가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료는 그동안 광우병 위험 때문에 금지했던 것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위생 관련 무역장벽으로 '반추동물을 원료로 한 반려동물용 사료'의 수입금지를 처음 지목했다.  광우병은 4~5세 소에게 주로 발생하는 해면상 뇌증으로 이상 행동을 보이다가 죽어 가는 전염성 뇌 질환이다. 인간도 감연된 사례가 있다. 광우병 원인으로 소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죽은 동물과 그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단백질성 사료가 꼽히고,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의 사료관리법은 광우병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반추동물을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축뿐 아니라 반려동물용 사료에도 이 법을 적용하고 있다.  NT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2018년 5월 한국 농림축산식품법에 세계동물보건기구(SOAH)가 BSE(소해면상뇌증·광우병) 위험이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미국 등 국가에서 반추동물 원료를 사용한 반려동물용 사료의 시장 접근을 공식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2019년 9월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에 서한을 보내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APQA)에서 수입 반려동물용 사료에 위생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0년, 2021년에도 APQA가 후속 질문을 보내 APHIS에서 답신했다.  USTR은 코로나19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생 및 식물위생(SPS) 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지난해 12월까지 더 진전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USTR은 소고기와 관련해 아직 남아있는 무역장벽이 있음에도 지난해 한국에 27억 달러 상당의 소고기를 수출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고기 패티와 육포, 소시지 등 가공육 수입 허용도 요구한 것이다.  또 2008년 한국과 합의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출이 "과도기적 조치"였으나, 15년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무역장벽보고서는 반려동물용 사료 문제가 추가된 것 외에도 과거에 여러 차례 제기한 현안도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1985년부터 매년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하는 해외시장 진출 어려움을 정리한 것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60여 개 주요 교역국의 무역장벽을 평가한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