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영민 기자 | '팀킬(Team kill)'은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같은 편 동료를 공격하거나 죽이는 것을 말한다.
9부능선을 넘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업결합 규제당국인 공정위로서는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심사국 8개 중 7개를 통과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해외 경쟁당국 모두 승인한 사안에 대해 자국 정부가 발목을 잡았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보면 '팀킬'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어느 국가도 제기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으로 자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공격하는 꼴이 됐다.
공정위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함정 시장에서 경쟁제한 요인이 있다고 판단해 한화 측과 시정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이례적으로 백브리핑을 했다.
한화의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부문이 수직결합하면 한화가 자사 방산기술을 대우조선해양에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 군함 입찰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화는 공정위로부터 시정방안 협의에 대해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공정위의 이례적 판단과 행동으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어 한화는 물론 관련 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난관이 예상됐던 유럽연합(EU)도 최근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로 불허한 전력이 있어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EU의 승인으로 7개국을 통과해 공정위만 남겨둔 양사의 기업결합에 갑자기 군함 시장 경쟁제한 이슈가 불거지자 업계도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심지어는 군함 입찰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도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입찰 과정에서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위해 요소를 통제하고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결합은 단순히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넘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와 조선업 및 방산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국가적으로도 기대가 큰 사안이다.
공정위는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외 7개국이 승인한 이슈에 대해 빈약한 논리로 발목을 잡거나 지연시키는 오류를 범해 기업의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공정위의 제동으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가 올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공정위가 경쟁제한을 우려해 조건부 승인을 내릴 경우 아예 판이 깨질 수도 있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8개 경쟁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한다.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통한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을 지을 경우 한화 입장에서는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방산시장의 구조상 공정위가 우려하는 경쟁제한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공정위는 혹시나 일어날 수도 있는 경쟁제한의 확률적 계산도 좋지만 업계와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익 차원에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이슈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