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부처인 서울국토청, 관행 이유로 산지점용허가 신청 미뤄
국토청 “공사지연 우려해 신청 늦춰…순서 바꼈을 뿐 문제없다”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최근 논란이 된 ‘서울춘천고속도로의 불법공사’ 파문이 관련기관 공무원의 직무유기 때문에 불거지게 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또 한 번의 잡음이 예상되고 있다. 문제의 요지는 지난 7월 개통한 서울~춘천고속도로에 점용허가가 나지 않은 9.5㏊(약3만여평)의 산지가 불법으로 편입됐다는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행사인 서울춘천고속도로(주)는 ‘불법공사’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는 다름 아닌 정부부처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산림을 부득이하게 추가로 점유해야할 경우, 지자체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승인을 받도록 돼 있지만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담당부서에서 ‘관행’이라는 이유로 추가 산지점용 허가신청을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시에 따르면 민자사업자인 서울춘천고속도로(주)측은 2004년 관련부처로부터 도로구역결정고시를 받은 뒤 공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공사 과정에서 법면이 무너져 내리는 등의 현상으로 당초 승인받은 지역보다 더 많은 면적의 산림을 사용하게 되면서 불법공사 논란이 불거지게 된 것. 자연스레 이에 따른 불똥도 서울춘천고속도로(주)로 튀게 됐다. 

불법공사 논란 책임 누구에게?

현행 산지관리법은 고속도로 건설 등 산지점용이 필요할 경우 산림청장의 허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과의 협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미 허가받은 산지라할지라도 용도 등의 변경사항이 있을 시에는 재차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춘천고속도로(주)는 도로구역 변경협의는 물론, 추가로 점용한 9.5ha의 산지에 대한 허가도 받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서울춘천고속도로 관계자는 “우리는 고속도로 건설을 시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고, 산지점용과 관련된 인∙허가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담당하고 있다”며 “불법공사 논란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도로구역을 변경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조사결과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면 그에 따른 처분을 받겠다” 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국토해양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하 서울국토청)의 입장은 어떨까. 본지 취재결과 서울국토청은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서울~춘천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고 있고, 담당공무원 역시 이 사실에 대해 확인했다. 이와 관련 서울국토청 한 관계자는 “민자사업사가 직접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행정기관과의 협의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우리가 중간관리자로 사업 전반에 걸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국토청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2009년 업무계획서에도 “서울~춘천 등 4개 민간투자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철저한 사업관리를 하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서울국토청이 이처럼 ‘철저한 사업관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춘천고속도로에 대한 불법공사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서울국토청측은 ‘관행’이라는 단어로 사태의 전말을 표현했다. 한 관계자는 “당초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친 뒤 공사가 착공된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사면이 무너져 내려 도로구역이 변경되는 일은 다반사다. 현행법상 그때마다 점용허가를 다시 받도록 돼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2~3개월가량 걸리는 협의기간동안 공사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매번 허가를 받는다는 건 어렵다”며 “서울춘천고속도로의 경우 개통을 한 달여 앞둔 6월에 한꺼번에 산지점용허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번 경우처럼 공사를 마친 후에 추가 산지점용허가를 받는 것은 관행”이라며 “특정 고속도로 이름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다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절차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 공사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에 따라 춘천시청 경제관광국 산림과는 서울춘천고속도로 건설과 관련된 위법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취합 중에 있다. 그러나 시는 불법으로 전용된 산림이 방대해 현장조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시관계자는 “현재 자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국토해양부가 문제인지 서울국토청이 문제인지는 좀 더 자세한 조사후에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시 공무원 직무유기 여부도 주목

한편 이번 사건이 경찰로 넘어가게 될 경우 춘천시 공무원의 직무유기 부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게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7월3일 춘천시에 서울춘천고속도로 불법공사 여부 조사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시는 이로부터 두 달 여가 지나도록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도에서는 관련 공문을 7월에 보냈다고 하지만 우리가 받은 시점은 8월초”라며 “관련서류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조사도 늦게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