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폐기물 연간 3억7000만개 발생…ESG 추세 역행 지적도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장례식 비용 및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가계 부담과 환경훼손 등이 근거로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제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회 전반에 장례문화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상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장례식장 확보부터 시작해 장지까지 다방면에서 비용이 요구된다. 지난 2000년대부터 허례허식을 없애고, 장례문화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식장 내 일회용품 사용까지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비용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상조 등의 관련 서비스 및 상품이 존재하지만, 비용 자체가 과도하게 많이 요구된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장례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계 빚은 1867조원으로 2021년 말(1862조9000억원)보다 0.2% 증가했다. 직전분기(1871조1000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연체율과 재무건전성은 뚜렷한 개선세를 찾기 어려웠다.
가족이 아니면 유족 자격이 인정되지 않아 갈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가족과 의절하고 동거인과 생활했음에 불구하고, 동거인은 법적으로 국민연금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근거한 각종 보상금·보험금·연금 등을 수령할 수 없다. 주택임대차 승계권도 제한된다. 사망자 명의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면 동거인은 거처를 잃게 된다.
다만, 장례 비용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에서 간소화된 장례식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조문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주요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추모까지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국내 상조업체들은 온라인 추모관, 인공지능(AI) 추모서비스 등을 내놓고 있다. 한국보다 장례문화가 빠르게 변화한 일본에서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조문도 도입됐다.
무엇보다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일회용 폐기물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환경부·한국플라스틱 포장용기 협회에 따르면, 1년간 장례식장 한 곳의 일회용 폐기물량의 무게는 약 111톤(t)에 이른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폐기물은 연간 2300t(3억70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식품접객업 중 일회용품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장례식장이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이유로 방문객의 위생 문제를 꼽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으로 발생하는 업계의 이윤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도 장례식장 일회용 폐기물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2020년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서’를 체결한 데 이어 이듬해 장례식장 11곳에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우수모델’을 구축했다. 환경부는 이를 계기로 충청남도·충남광역자활센터·장례업계·한국소비자원 등과 함께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시도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조례 추진에 돌입했다. 김지향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난달 장례식장, 배달업종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다회용품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해시는 작년 시범 시행한 ‘장례식장 다회용기 활성화’ 사업을 통해 일회용 폐기물 22t을 줄였다. 지난해 4월부터 민간장례식장 3곳이 일회용 그릇을 대체해 스테인리스 다회용기를 사용한 결과, 시범 사업 기간 발생한 630건의 장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72%(22t)가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장례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지자체·업계의 노력과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례업계의 사업에는 사회적 합의가 담지돼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변화가 선행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