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자체 조사 안하기로…"신속·공정한 수사 요청"
매일일보 = 박성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1년 당 전당대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수사기관의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하며 사태 수습에 속도를 냈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 "당의 공식 입장을 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며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정확한 사실 규명과 신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5월 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민주당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 최소 40여명에게 총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이 살포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민주당은 앞서 밝힌 당 자체 진상 조사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 대표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렸하다"며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할 것이고 이번 사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며 "민주공화정을 무한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최고위원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당의 조사라는 것이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조사가 어렵지 않겠냐고 결론 내렸다"며 "현역 의원 20명을 특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규모도 규모고 사건의 성격상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내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별도의 조사기구나 이런 일이 있을 때 상시적으로 맡는 당내 기구에 맡길 것인가에 여부를 놓고 어제 밤에 굉장히 오랫동안 토론과 고민이 장시간 동안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자체조사가 여러 상황과 여건상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셀프 조사하는 것은 결국 셀프면책해주는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비판이 있다"며 "오히려 실체적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지도부의 판단도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