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사태와 관련해 경매 절차 중단 등 특단의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늦어도 너무 늦은 대응이다. 인천 지역 전세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가 3명으로 늘어났다. 전세사기 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어젯밤 방송 인터뷰를 하며 사망자가 3명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지금 이순간도 극단적 시도를 하고 있는 이들이 더 있다는 의미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세사기 매물의 경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여당은 악덕 범죄 처벌과 피해자 구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다. 이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 역시 청년 미래 세대”라고 말했다. 또 국무위원들에게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뒤늦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면서 여당은 여론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야당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금의 전세사기가 횡행하는 원인은 분명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민주당 정치인의 전세사기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다른 지역에 있는 유사 사건의 주범인 남헌기의 배후에 인천 지역 유력 정치인,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유력 정치인이 관련됐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경매 중단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부동산 사기 범죄의 배후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재난'이라고 불리는 전세사기 피해를 두고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전 정권을 탓하는 프레임 전환에 나선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가적 재난 속에도 정쟁에만 관심이 있고 절박함에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을 구하지 못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