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술력 확보에만 집중… 범정부차원 종합전략 필요
윤리적 문제 해소할 제도적 지원 마련돼야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바이오 산업이 높은 경제적 가치와 식량난·기후 위기까지 해결할 수 있는 대안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이 ‘바이오경제’ 정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발빠르게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경제학회는 ‘바이오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바이오경제 미래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박용 삼성바이오로직스 센터장,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업계 및 학계 관계자 100여명이 모여 바이오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주요국의 경제 육성정책을 소개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기업이 합심해 ‘K-바이오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경제란 1차산업(농식품), 보건의료, 에너지환경 등 다양한 산업에 바이오기술을 활용해 유의미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OECD가 2009년에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미국 백악관은 2016년 9592억 달러 수준이었던 바이오경제 규모는 2030년 30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했다.
단순히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대체 에너지와 차세대 식품 개발도 포함돼 있어 기후변화 대응, 식량에너지, 자원에너지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이에 2018년 유럽연합의 바이오경제실천 계획을 필두로, 일본, 미국, 중국 등이 관련 전략을 적극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도 바이오경제 구축을 서둘러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와 미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바이오기술이 의약품 이외에도 식품, 화학, 에너지,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시작이 늦은 만큼 산․학․연이 협력해 바이오경제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종합전략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경제 전환은 단순히 기업의 기술력 확보만 있어서는 불가능하며,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정수 매킨지 파트너는 “바이오혁명의 미래 가능성은 풍부하지만, 불확실성과 리스크도 존재한다. 생물 복제 등 윤리적 문제가 얽혀 있으며, 종교·문화·개인에 따라 가치관이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정부 주도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바이오경제 구축 기반을 닦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연방 정부 차원에서 관련 연구개발, 인력 양성 지원 뿐 아니라, 윤리적, 법적, 환경적, 사회적 문제 해결 방안까지 모색해 정책 조정에 나섰다.
국내의 경우 정부 지원이 단순히 기업 육성과 특정 기술 분야에만 집중돼 있는 형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의료기기 수출 세계 5위 달성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개발을 목표로 제약 6대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발표’을 심의·의결, 차세대 백신 플랫폼(mRNA 등) 연구개발을 지속 지원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박용 삼성바이오로직스 센터장은 백신에 한정돼 있는 국가전략기술을 바이오의약품 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경제가 형성되려면 레드바이오(의약품) 뿐 아니라 환경 위기에 대응 가능한 그린, 화이트 분야도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레드·그린·화이트 바이오 비중은 각각 30%다”라며 “국내 바이오 기술은 의약품 시장에 치중됐다. 바이오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경제 성장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 식량에너지, 자원에너지 등에 해결책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바이오경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산업 등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레드바이오의 눈부신 성장을 경제 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