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양당 체제 공고화" "이때다당, 양당욕당"
與 "2030·무당층, 제3당 쪽으로 갈수도"
전문가들 "어떤 사람들 모이느냐가 중요 포인트"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수도권 30석을 목표로 하는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이른바 '제3지대'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무당층 30%가 상징하는 거대 양당 비토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은 제3지대 출범의 공간을 열었다는 평가다. 야권은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를 내리는 반면, 여권은 파급력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의 신당 성공 요건으로는 '참신한 중립형 인물'을 꼽았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 전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을 통해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추석 전 창당'이라는 시간표와 '수도권 30석 이상'이라는 목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금태섭발 '제3지대론'이 기대고 있는 것은 높은 무당층 비율이다. 한국갤럽의 4월 3주 조사를 보면 무당층은 31%로 국민의힘 32%, 더불어민주당 32% 지지층과 거의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4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 응답률 8.6%,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실망한 유권자들이 늘어나면서 신당을 위한 공간이 열린 셈이다.
또 과거에는 아무리 무당층 비율이 높더라도 주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거대 양당 쪽으로 지지가 수렴되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금 전 의원은 지금 무당층은 성향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금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사이익과 정치혐오에만 기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무당층은 과거와 다른 '학습된 무당층'이다. 박근혜 정부를 과반 지지로 당선시켰다가 탄핵 후 문재인 정부로 바꿨다"고 말했다. 양당에 실망해 '기댈 곳 없는' 무당층의 소구력에 호응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야는 제3지대 추진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으로 평가하고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보지만, 국민의힘은 정치권에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전날(2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원래 총선이 임박하면 그런 당들이 나온다"며 "이때다당, 양당욕당"이라고 비꼬았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도 "지금은 양당 체제가 공고화돼 있다"며 "우리가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 추진을 여러 번 해 왔는데, 심지어 안철수 같은 국민적, 대중적 지지를 많이 받는 분도 만들었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신당의 위협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만약에 그런 일(신당)이 생긴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당은 민주당이 아니고 국민의힘"이라며 "지난번 대선 때 2030과 중도층, 무당층들이 지지해서 0.73%로 겨우 이겼는데, 이들의 실망이 굉장히 커서 제3당이 생긴다면 이분들이 다 그쪽으로 가실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당에 해악을 끼친다고 자진 탈당하고 검찰수사 받겠다는 송영길, 당에 해악을 끼치든 말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이재명, 전광훈 늪에 빠져 당이야 어찌 되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여당 지도부. 이러다가 정말 제3지대 당이 탄생하나"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제3지대 성공 요건으로는 '중도 성향'의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거대 양당 출신들을 끌어모으면 '필패'라는 것이다. 금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을 지원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에 "양당에서 공천 탈락한 사람들을 주워 모아서 정당을 만들면 성공할 수 없다"며 "금 전 의원이 그런 형태의 정당은 안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에서 탈락해 국민의힘에도 못 들어가고 민주당에도 못 들어간 사람들이 뭉쳐 있다면 제3정당이 아니다"며 "총선을 위해 단기적으로 판을 짜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대안적 제3당으로 믿어주겠나"라고 했다.
특히 참신한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무당층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점에서 창당을 주도하는 금 전 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박 평론가는 "신당 창당의 판을 누가 주도하고 어떤 사람들이 모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중립형 인물들이 대거 동참한다면 분위기를 탈 수가 있다"면서도 "금 전 의원이 주도는 하겠지만 검찰 출신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왔다갔다 한 이력이 있다. 그렇게 국민에게 신뢰 있는 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급' 인물이 필수 조건이라는 점도 '금태섭 신당' 성공 여부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소위 '87년 체제'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신당의 성공은 모두 대권주자를 구심점으로 이뤄졌다. 15대 총선에선 '충청 핫바지론'을 내세워 50석을 거머쥔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는 김종필 총재, 18대 총선 자유선진당에는 이회창 전 총재, 20대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한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의원 등이 있었다. 이번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금 전 의원은 '대선주자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제3대안으로서 요건을 갖춰야 한다면 첫 번째가 대선(주자)급 지도력"이라며 "(대선주자가 없으면 유권자가) 짜장면도 먹기 싫고 짬뽕도 먹기 싫은데 그렇다고 단무지만으로 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