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북핵 위협에 노출"
'독자 핵무장'엔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이해관계 있어" 일축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연설을 마친 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의 대담에서 나이 교수가 중국의 '워싱턴 선언' 비판을 언급하며 한·중관계 악화 여부에 대한 전망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늘 상호존중에 기반해서 아주 좋은 양국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결의에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이 거기에 협조를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핵 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함께 (핵 위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워싱턴 선언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한미 간 '워싱턴 선언'에 대해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확장 억제에 대해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며 "각 측은 한반도 문제를 직시하고 평화적 해결을 추진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얻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야지 일부러 긴장을 조성하고 위협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 탄도미사일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를 명문화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방법은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차 있고 진영 대결을 선동하며, 핵 비확산 체계를 파괴해 다른 나라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고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한다"면서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배치되는 것으로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행정부가 교체될 경우 '워싱턴 선언'의 변화 전망을 묻는 말에는 "우리가 맞닥뜨려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 방안을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선 "(한·미가) 일 대 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다자 약정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워싱턴 선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내 강경 보수층에서 나오는 독자적인 핵무장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있다"면서도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핵무장)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하자라고 하는 핵 개발을 하자고 하는 여론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독자적 핵무장론'에 불을 지핀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라는 점에서 입장 변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며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오랜 시간이 안 걸려서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달 일본 방문을 앞두고 가진 '요미우리 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기본적으로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존중한다"면서도 "우리 과학기술에서는 얼마든지 단시간에 북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왜 만들지 않는가 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많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