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미래 교통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 산업계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UAM 산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포르쉐 컨설팅에 따르면 2035년 드론 운송의 절반은 승객 수송이 차지하고 관련 시장 규모는 32억달러(한화 4조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승객 수송 비행체도 2025년 500대, 2030년 2000대, 2035년에는 1만5000대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도심 내 도시 간으로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물류·승객 수송 등 상업 부문에서 이용이 활성화 됨에 따라 UAM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UAM은 전기로 구동되는 수직 이착륙 비행체로, 엔진을 가동해 추력을 얻는 고정익기와는 달리 대규모 활주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도심 교통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존재한다.

그러나 UAM 산업이 일상에서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안전·보안·사회적 수용성 문제 해결 등 각종 선행 조건이 따라붙는다.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는 소음 해결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상업용 제트기는 4만~4만3000피트(약 1만2200~1만3100미터) 고도에서 비행해 도심 지역에서 엔진 소리를 청취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항공기 소음은 공항 주변에서만 국한된 문제라는 것이 통념이다.

그러나 UAM의 비행 고도는 300~600m 수준으로 비교적 낮게 다니게 된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높이가 555m이고, 여의도 63빌딩은 274m인 점을 감안하면 주택가나 업무 지구는 소음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독일에서는 UAM이 운송 목적으로 도시 영공에 날아다닌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이유로 UAM 시대가 본격 개막하기 전에 소음의 정도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담론이 제기된다.

일부 UAM 제작사들은 헬리콥터 소음 100분의 1 수준으로 조용해 머리 위에서 날아도 모를 정도라고 하지만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항공 규제에 관한 국제적 권위를 갖는 미 연방항공청(FAA)은 UAM에 대해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소음 인증 표준이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UAM발 소음 관련 지침과 배상 등에 관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부터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도심 간 운항에 나서 세계 최초 UAM 상용 비행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독일연방항공청(LBA)은 도시 인근 공항에 대한 운항 제한 시간을 22시부터 익일 6시까지로 못박았다.

최자성 인천국제공항공사 차장(한국항공보안학회 대외협력이사)은 "영국에서는 항공기 소음으로 인한 최저 부작용 수준을 설정해두고 있고, 유럽 야간 소음 지침에는 야간 소음도가 40dBA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소음을 사전에 예측하고 관리해 민원을 예방하는 시스템 개발과 항공법적 법리 해석·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국토부와 UAM 관련 기업들은 모두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부터 서울 강남 또는 강북 도심권 최단 영업 구간을 구상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의 집무실이 청와대에 있을 때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계획이고, 현재는 대통령실이 용산에 있는 감안하면 비행 금지 공역 설정에 따른 항로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수익성 역시 달라질 수 있어 사업 타당성에 대한 재평가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소음과 도시 구조물 현황, 시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항로 설계와 운항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