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윤 정부에 큰 누 끼쳐…분골쇄신하겠다"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각종 설화로 논란이 된 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그동안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자진 사퇴했다. 지난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지 두달 만이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부족함으로 최근 여러 논란을 만들어 국민과 당원들, 당과 윤석열 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오늘 윤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1년 동안 윤 정부 성공을 위해 미력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부터 백의종군하며 계속 윤 정부와 국민의힘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것과 관련해선 당 지도부나 대통령실과는 소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나 대통령실과 사퇴 문제를 놓고 소통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윤리위 이후 이틀 동안 불면의 밤을 보냈다"며 "오늘 윤 정부 출범 1주년 되는 날인데 제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 성공을 위해 제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본의 아니게 지도부에 누만 끼쳐드려 사퇴하는 것이 당과 정부, 당원들의 기대에 맞는 일이라 생각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라는 결단을 내린 배경으로는 당 안팎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당무 개입 논란까지 더해지자 지도부가 선 긋기에 나서면서 4일과 8일 두 번 연속 최고위원회의도 열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라는 발언,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 관련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는 내용의 SNS 글 게시,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을 부른 '녹취 유출 파문' 등으로 윤리위에 회부돼 징계 대상에 올랐다.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는 8일 태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 끝에 이틀 뒤인 이날 다시 회의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이틀 동안 최고위원들이 자진 사퇴할 시간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두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되지만, 태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중징계가 아닌 경징계가 나올 수 있다.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는 기존 당원권 정지 1년보다 경감돼 당원권 정지 6개월 등으로 낮아지면서 최소한 총선 출마 기회는 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8일 윤리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거기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며 자진 사퇴를 통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면 징계 수위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 당헌 제 27조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이 궐위 시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전국위원회를 열어 최고위원을 선출하도록 돼있다. 해당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로 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30일 이내 전국위원회를 소집, 후임 최고위원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