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수출 전진기지로 인니 완성차 공장 활용…아이오닉5 증산
친환경차뿐 아니라 신수도 미래 항공모빌리티, 스마트시티 협업
조코위 대통령 “현대차그룹, 중요한 솔루션 제공의 파트너 되길”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모빌리티 시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네시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 성장을 추진하는 조코위(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사업 확대를 꾀하는 정 회장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협력 파트너십이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른 현지화를 기반으로 태동하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시장 개척을 서둘렀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구축한 완성차 공장이다. 이는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생산거점이다. 현대차는 이 공장을 인구 6억명의 아세안 시장 공략에 전략적인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 신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에 전기차 생산기지를 마련한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와 중국 우링 등 단 2곳이다. 현대차가 브카시 공장 준공 이후 아이오닉5 양산에 곧바로 돌입한 이유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일본 브랜드의 비교적 늦은 전기차 전환으로 현대차그룹을 친환경차 확산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현지 정부는 자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전기차 판매 부가가치세를 기존 11%에서 1%로 낮췄다. 이는 자국 부품 사용 비중이 40% 이상인 전기차에 한한다. 이에 따라 아이오닉5의 현지 판매가는 9%가량 낮아졌다.
현대차는 현지 전기차 보급 정책에 힘입어 판매량 확대가 두드러진다. 아이오닉5는 올 1월 242대, 2월 201대, 3월 649대가 판매되며 1분기에만 1000대를 돌파했다. 대기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며 공급량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 현지 법인은 아이오닉5의 월 생산량을 1000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이오닉5의 올해 판매 목표는 1만대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 등 후속 모델 투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 현지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현대차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두 가지를 병행해서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일본차 텃밭인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틈새를 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배터리 공급선도 든든히 구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세워지는 배터리셀 합장 공장을 통해서다. 이 공장은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현대차·기아의 전용 전기차와 향후 개발될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외에도 현지 광물자원 생산기업 아다로미네랄과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알루미늄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차에서 시작된 협력은 항공 모빌리티와 스마트시티로 뻗어 나가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를 ‘스마트 시티’로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뿐 아니라 건설·수소·에너지·물류까지 스마트 시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AAM 생태계 구축에 상호 협력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동일 맥락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지역에서 항공 시장이 가장 큰 나라다. 더불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섬이 많은 나라가 인접해 있어 주변국으로 시장을 넓히는 데 핵심 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7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만나 “현대차그룹은 완성차뿐 아니라 건설·물류·로봇·AAM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있다”며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이 첨단 미래 분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도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등 인도네시아 친환경 모빌리티 성장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며 “신행정수도 건설 과정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중요한 솔루션 제공의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