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대한중공업공사로 시작…국내 최고(最古)
세계 2위 전기로 운영 초대형 철강 기업으로 '우뚝'
현대차그룹 편입, 강판부터 완성차까지 수직 계열화
고로·전기로·모빌리티 소재에 1조7201억 추가 투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다음달 10일 창립 70주년을 맞는 현대제철이 '지속 성장 가능한 친환경 기업'이라는 기치 아래 100년 철강사로 나아기 위한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27조3406억원, 영업이익 1조6165억원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철강사로 도약했다.
현대제철은 1953년 6월 10일 공기업인 '대한중공업공사'로 시작한 국내 최고(最古) 철강 회사다. 이곳은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모체로 만들어 부흥시키고자 하는 정부 당국의 의지와 업계의 염원이 어우러져 탄생했다.
대한중공업공사 시절, 회사는 전후 시설 복구에 필요한 철강재를 생산하고자 △평로 제강 공장 △블룸 중형·압연 공장 △박판 압연 공장 등 각종 시설을 잇따라 건설했다. 1962년에는 인천중공업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1966년에는 정부가 보유 지분 중 52.5%를 민간에 매각했다.
이후 1970년 4월에는 인천제철과 합병했고, 수지 개선·시설 확장 등 경영 합리화에 노력하던 중 1978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이 인수했다.
정 선대 회장 체제의 현대그룹에 편입된 인천제철은 이 당시를 기점으로 위상 제고의 전기를 맞았고, 1993년에는 매출 1조원 시대를 맞았다. 또한 1997년 외환 위기 속에서도 강원산업과 삼미특수강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 활동을 전개하는 기반을 다졌다. 이로써 인천제철은 800만톤에 달하는 생산 능력을 갖춰 국내 전기로 제강 시장 중 35%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철강 기업으로 거듭났고,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2위 전기로 운영 회사가 됐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인천제철은 2001년 출범한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으로 재차 도약하게 됐다. 이 같은 혁신의 일환으로 사명은 'INI 스틸 컴퍼니'로 변경해 제2 창업 선언을 하게 됐다.
기아자동차(현 기아)까지 품은 현대자동차그룹은 강판부터 완성차까지 산업 수직 계열화로 이어지는 자동차 전문 대규모 기업 집단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INI 스틸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철강재를 공급하는 핵심 계열사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떠오르는 기회를 잡았다.
INI스틸은 2004년 한보철강에 대한 인수·합병(M&A)를 단행, 충남 당진에 고로를 운영하는 일관 제철 사업의 근간을 마련했다. 인수 7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상업 생산에 성공했고, 흑자를 시현했다. 열연 공장 조기 정상화를 이룬 INI 스틸은 이내 국내 최초로 일관 제철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3월에는 '퀀텀 점프'를 꿈꾸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현재 사명인 '현대제철'로 변경함과 동시에 브랜드 로고도 재정비 했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그룹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고로-전기로를 아우르는 초 일류 글로벌 종합 철강 회사로의 발전을 천명했다.
2010년 1월에는 일관 제철소 계획 수립 6년만에 당진 제철소 제1고로 화입식을 갖고 가동에 돌입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자원 순환형 기업 집단임을 알렸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는다.
당진 제철소 고로는 내용적 5250㎥, 최대 직경 17m, 높이는 110m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이 적용된 최신 설비다. 따라서 타사 기존 고로에 대비 품질·가격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11월 23일에는 제2고로 화입식도 순조롭게 이뤄져 같은 해에 2개의 고로를 동시에 가동해 제철 역사상 유례없는 신기원을 기록했다.
또한 일관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한편에선 제철소 기술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추진됐다. 고기능·고품질 신 강종을 다양하게 개발해 제철 산업은 물론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수요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고강도 경량 자동차 강판 생산이 필수 요소가 됨에 따라 현대제철은 2007년 2월 '현대제철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연구·개발(R&D)에 착수했고, 현대자동차그룹 철강 분야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심장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제철소 가동 전인 2008년과 2009년 사이 100여 종의 HR과 후판 강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2013년 창립 60주년을 맞은 현대제철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소재 전문 제철소이자 글로벌 철강사로 도약했다. 제3고로 완공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 합병을 동시에 실현했고, 현대하이스코 당진 공장과 순천공장을 인수해 2015년에는 당진에 특수강 공장 건설을 완료함에 따라 냉연 판재류까지 생산하는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로 거듭나게 됐다.
전기로 부문까지 포함해 열간압연강판·후판 등 전체 조강 생산 능력은 2400만톤에 이르러 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탑 10 일관 제철소로서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이후부터 현대제철은 글로벌 철강사로 나아가기 위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2017년 내진 강재 브랜드 'H 코어(CORE)'를 시장에 선보였다. 이는 '현대제철이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들어 나가는 중심(CORE)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동일 현 사장이 취임한 2019년에는 자동차용 철강 솔루션 브랜드 H-솔루션(SOLUTION)을 출시했다. H-솔루션은 고장력강·핫스탬핑 등 자동차용 소재 단위에서부터 성능·원가·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물성·성형·용접·방청·도장·부품화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나타내는 브랜드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초고강도 경량차체를 실현하겠다는 현대제철의 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같은 해 내마모강 브랜드 웨어렉스를, 2020년에는 고강도강 브랜드 울트렉스를 선보여 세계 최고 자동차 소재 전문 제철소로 한발 더 내딛게 됐다.
2022년에는 기존 'H 코어' 제품 브랜드를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 브랜드로 리뉴얼했다. 토목·건축·플랜트 등 건설 전 분야의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후판·강관·열연 강판·냉연 강판 등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현대제철의 사업 부문은 고로·전기로·모빌리티 소재 등 3개로 나뉜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CDQ 신설, 고로 개수, PI 3단계 구축을, 중국·인도·미주 등 해외 SSC와 국내 종속 법인 경상 투자에 1조819억원을 투입했다. 차제에도 같은 분야에 추가로 1조7201억원을 들여 제품 경쟁력을 제고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초 고강도 제품에 대한 R&D 노력을 경주하고, 글로벌 자동차향 판로 개척을 통해 국내외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기차 생산량 증대에 따라 핫스탬핑 등 차량 경량화 소재에 대한 수요에 대비해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