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아이디어 발굴·추진 가능…기존 법 체계·부처간 갈등 우려도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혁신특구’에 국내 최초로 ‘네거티브 규제’가 전면 도입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딥테크 벤처·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이번 글로벌 혁신특구에 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중기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혁신특구에 대한 아이디어와 실제 추진 경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만약 구상안대로 특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면, 다양한 신기술을 시도하고자 하는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역량 증진은 물론 사회 내의 다양한 기술 혁신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혁신특구는 지난 8일 중기부가 조성하기로 공언한 일종의 ‘규제 자유구역’이다. 중기부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을 계기로 협력 기반이 마련돼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해외 인증 기관 등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실증부터 사업화까지 글로벌 스탠디드에 맞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인 글로벌 혁신 특구를 조성하고, 업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제화 하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게 중기부의 포부다.
글로벌 혁신특구에는 △UL Solutions 등과 협력을 통한 국경과 공간을 초월하는 실증환경을 구축 △수출 맞춤형 해외 인증 지원 추진 △안전성 입증 즉시 제도 개선 등 파격적인 내용이 추진된다. 특히, 글로벌 혁신특구에는 네거티브 규제가 처음으로 도입된다는 점에서 그간 제도와 차별화 된다.
네거티브(negative) 규제는 ‘금지목록 이외에 모든 것을 허용하는’ 규제 방식으로, 우리 법에 흔히 적용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와는 반대되는 법 개념이다. 포지티브 규제 방식과는 달리 다양한 사례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존재한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자국의 기술 혁신과 사업 모델 개발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및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은 드론의 상업적 활용에 관해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관련해 최대속도, 지상으로부터의 높이, 이외에 드론 운용 시 준수해야할 몇 가지 ‘허가요건’을 충족하면 무인항공기의 상업적 운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자율자동차에 관한 사례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은 자율자동차 운행에 관해 자율주행 기능 전환의 유무, 사고 기록계 설치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원칙적으로 자율자동차 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전반적인 규제집행 체계에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포괄적으로 녹아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은 공공안전·일반적 기준(general binding rule)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행위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또 이를 운용하는 70여개의 규제기관은 외부 정치세력으로부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다.
이에 업계는 글로벌 혁신특구를 해외와 유사한 수준으로 구현하기 위해 정부부처·정치권과 협의하기 위한 중기부의 끈질긴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특구에 관한 법안을 상정하는 절차 자체를 중기부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규제가 혼재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기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보여지며, 다른 부처를 어떻게 설득해낼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특구로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중기부의 취지에는 크게 공감하며,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실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독립 기관 설치 등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