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혈세 투입하면 형평성 문제 자유롭지 못해" 지적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운데 재원 조달 방법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전날 국토법안소위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에는 선순위 근저당이 있거나 갱신계약 등의 이유로 최우선변제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경‧공매 완료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수준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전세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피해자의 소득과 자산 등에 상관 없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월 기준 서울의 최우선변제금은 5500만원, 과밀억제지역은 4800만원 수준이다. 최우선 변제금이란 세입자가 거주하던 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간 경우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대출지원금 재원은 정부 예산과 금융기관의 부담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은행에서 대출을 진행하고 이자에 대한 부분만 정부예산을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원 마련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특별법 기간을 연장하게 될 경우엔 재정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공동대표는 “피해자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정부가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서는지도 중점이 될 것”이라며 “피해자가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은행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때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 예산에 당장 편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회계를 만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를 통해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지급 대상자 수가 많지 않고 이자만 정부가 부담하는 형태라 세금을 투입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수천명의 피해자 중 최우선 변제금 미지급 대상자에 한해 이자를 지원하는 것이라 재원 마련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원 규모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피해 재원 확보가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 본다”며 “그동안 이들을 통해 수익을 올렸던 금융기관이 일정 부분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자 지원에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은 지원과 대상을 최대한 줄이면서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줄이려 노력해 나온 결과물이나,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에 대해 지원은 없었는데 피해자가 많고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특별법을 제정해 혈세로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