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의 의결을 앞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제는 구제책보다 예방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2일 여야 합의로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에서 통과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특별법안이 지난달 공개된 정부 대책보다 진일보한 내용이라며 피해자 지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사기 피해 대상을 폭넓게 확대하고,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는 세입자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면서 적용 대상과 수혜 항목이 종전보다 넓어졌다”며 “고금리 속에 장기 무이자 대출을 확대한 것도 간접비용을 보조하는 측면에서 피해 임차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온전히 보전해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법도 세금을 사용한 구제인데 전세가 민간계약이다 보니 다른 사기범죄와 형평성에 어긋날 수도 있다”며 “이미 국토부에서 제시했던 전세사기 재발방지 방안부터 시행하고, 실행과정에서 제기되는 추가문제를 보완‧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 3월 전세사기를 야기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취지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인중개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그 유예 기간이 만료돼도 향후 2년간 활동할 수 없도록 결격기간을 갖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임차주택 정보와 임대사업자의 미납세액 등에 대한 임차인의 열람권을 확보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임대차 계약을 할 때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임차물 사용 대가로 지급하는 돈 등) 및 보증금에 관한 정보와 납세 증명서를 임대사업자가 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사기꾼들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처벌 대비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인데 재산 몰수 및 징역 30년 등 패가망신 수준으로 처벌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전세사기·깡통전세 대란을 부른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손본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월세 전환율이나 가격·기간을 억지로 꿰맞추는 억지성을 없애야 한다”며 “임대차 3법은 아주 복잡한 문제를 회초리 하나 들고 강요하는 것이기에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정부·학계가 참여하는 ‘부동산중개업 제도개혁 TF’를 구성해 부동산중개업 제도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이를 통해 현장의 불법 중개행위 등 문제점을 진단하고, 부동산중개업 전반의 제도 개혁과 선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방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를 상담하는 ‘전월세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변호사·법무사·공인중개사 등 상주 전문인력이 무료로 전세사기나 깡통전세와 관련된 상담을 제공한다. 세종시 또한 지난 4월부터 운영 중인 전세사기 상담센터를 통해 피해자 신고 접수 및 피해사실확인서 발급, 피해자 지원 대책 등 관련 업무처리 절차를 상세히 안내 중이다. 이와 관련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사적 주택임대사업자는 '전세형 임대'와 '월세형 임대' 2종류가 있는데 지금 역전세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대사업자는 대체로 전세형 임대"라며 "주택 임대사업자는 육성하되 세입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월세형 혹은 반월세형 임대사업자를 제도적으로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