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노무현 서거 14주기' 봉하마을 집결… "盧 정신 계승"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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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노무현 서거 14주기' 봉하마을 집결… "盧 정신 계승" 한목소리
  • 염재인 기자
  • 승인 2023.05.23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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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김기현·이재명 대표 등 정치권 대거 참석
여야 '노무현 정신' 계승 언급하며 상대 당 비판도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당 대표가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당 대표가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4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집결, '노무현 정신' 계승을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다만 여야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유업을 이루겠다면서도 상대 진영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며 '통합'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전직 대통령의 핵심 정치 철학을 정쟁에 이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기일인 이날 오후 2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에서 14번째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총리 등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김 의장은 "노 전 대통령은 책임정치에 충실하고 국정 연속성을 높이고자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 제안을 했지만, 떠난 지 14년이 다 되도록 우리는 유업을 이뤄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제가 정치 인생을 마무리할 시간이 머지않았지만, 간절하게 온 정성으로 정치개혁 유업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은 원칙과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일한 대통령으로 그 단단한 신념, 우직한 한 걸음이 대한민국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끌었다"며 "'강은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씀처럼 소외된 약자를 보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생에 온기를 더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도 노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다만 정치권 자성을 촉구하면서도 상대 진영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념, 지역, 시대, 성별 등을 둘러싼 무수한 갈등 속에 노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통합과 원칙'의 가치를 떠올려 본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국익에 반하는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으로 국민 분열이 초래되고,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참여민주주의마저 돈으로 오염된 상황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면서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위해 청년의 희망을 짓밟거나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바보 노무현'은 이제 한 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넘어 하나의 시대정신이 됐다"며 "정작 우리 정치권은 모두가 '노무현'을 외치지만, 그 누구도 '노무현'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노무현의 정신'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실천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윤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영화를 보고 두 시간 동안 울었다고 하지만, 제1야당과는 단 20분도 마주 앉아 대화한 적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위해 청년 희망을 짓밟거나 공정과 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지도부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흔들리고 지치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자. 그럴 때마다 척박한 땅에 변화의 씨앗을 심었던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떠올리자"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그에 대한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추도식은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라는 주제로 오후 2시부터 추도사 낭독 및 추모공연, 주제영상 상영 등의 순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해에 이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추도식 이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함께 참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 대신 추모 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인근에는 수많은 시민도 함께해 노 전 대통령의 넋을 기렸다. 참배객들은 봉하마을 곳곳에 놓인 노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나 재임 당시 성과 등이 인쇄된 안내판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방명록이나 대형 메모판에 노 전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글로 남기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노무현재단은 추도식에 참석한 4500여명을 포함해 참배객 등 7000여명이 봉하마을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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