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회가 오는 3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간호법 제정안 재의결에 나선다.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지만, 국민의힘 의석수가 재적의원 3분의 1이 넘는 탓에 여당 전체가 반대한다면 통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입장 차가 뚜렷한 쟁점 법안인 만큼 부결된다면 여야 간 갈등은 물론 의료계 등 관련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오후 2시 개의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재상정한다. 앞서 간호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온 상태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13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법안은 폐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재표결 추진에 소속 위원들에게 30일 '본회의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단일대오에 나섰다. 간호법 재표결과 관련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무기명 투표인 만큼 자칫 가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의원들에게 "지역 일정 및 해외 일정을 비롯한 모든 일정을 조정해 30일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의 잇단 거부권 행사를 '삼권 분립 위협'이라고 정의하고 반격에 나섰다.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민심을 외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야당이 가결 가능성이 희박한 간호법 재표결을 밀어붙이는 것도 이런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은 2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묻지마 거부권 행사는 반서민 선언"이라며 "말로는 '국회 입법 강행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국회 탓을 하지만, 반서민 정부임을 선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무기명 투표 시 가결표를 던져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앞서 간호법 표결 때 179명이 찬성했으므로 21명만 더 찬성하면 다시 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재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이므로 의원 양심과 상식에 따라 용기를 보여달라"며 "대통령 오판을 입법부가 바로잡을 기회"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30일 본회의 직전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소속 의원들의 본회의 참석을 독려하는 동시에 찬반 표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간호법 재표결을 놓고 여야 간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이날 본회의에서 부결된다면 여야 간 갈등 재점화는 물론 의료계에 미칠 파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5월에 이어 6월 임시국회에서도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직회부된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을 강행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대통령 거부권과 필리버스터 등을 대응 카드로 검토하면서 대립을 예고했다. 

염재인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