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자영업 경업난에 악순환 지속…업계도 ‘N포’로 악화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청년세대에 ‘3포(취업·결혼·출산의 포기)’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청년세대에게 있어 3포는 이미 일반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A씨는 “이미 개인적인 삶의 계획에 결혼과 출산을 지운지는 오래된 것 같다”라면서 “주변 또래를 봐도, 취업조차 막막한 상황에서 결혼은 커녕 연애마저 포기한 친구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작년 혼인건수는 19만2000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2021년 대비 0.4% 감소한 수준으로, 통계 작성 시작연도인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발생하지 못했던 혼인건수가 반영돼 있다. 그럼에도 ‘혼인률 감소’라는 시대적 추이를 꺾지는 못했다.
초혼연령도 크게 늘어 3포 현상을 증명했다. 평균 초혼연령은 여성이 31.3살, 남성이 33.7살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0.2살, 0.4살 증가한 것으로 양 성별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연령에 따른 혼인율로 봐도 양 성별이 30대 초반에서 각각 40여건으로 가장 높았다. 여성의 경우 전년 대비 20대 후반에서 7.2% 감소했다. 또 같은 시기 남성의 경우 35살 이하에서 혼인건수가 줄었고, 35살 이상에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세대들의 '3포' 현상이 중소기업의 경영난과 직결됐다고 제기한다. 국민 80% 이상이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 근로여건 악화가 청년세대의 3포와 연관이 크다는 주장이다. 자영업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실제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각종 채용 플랫폼에 구인 공고를 장기간 올려도 적절한 지원자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고용을 진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기존 인력의 업무가 과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를 보면, 작년 3분기 미충원 인원은 18만5000명을 기록했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미충원 인원은 기업의 적극적인 구인에도 끝내 채용하지 못한 인원을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운수창고업(51.4%)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업(28.7%), 정보통신업(23.7%) 등의 순으로 미충원율이 높았다. 특히,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이 17만3000명으로 전체의 93.7%를 차지했다. 일할 인원을 구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중소기업인 셈이다. 이에 중소기업계에서는 고용·일감·승계를 포기하는 ‘N포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과도한 규제 등이 인력난을 가중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작년 10월 열린 ‘제4차 노동인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인력난의 해결책은 결국 심화되는 노동규제 완화에 있다”라며 △주52시간제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입법 △외국인력 입국확대 등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년 구직자들은 구태의연한 중소기업계 노동문화, 대기업 대비 과도하게 적은 보수 등이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대기업 대비 선진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기업내 문화와 낮은 보수 등을 꼽을 수 있고, 이는 최근 더 악화된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청년세대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중소기업만의 강점을 개발하고 구직자에 어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그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각종 노동규제 등을 완화하거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는 적극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라며 “단순 지원금보다는 장기적으로 각 중소기업이 자사의 특장점을 지속 발전할 수 있는 밀착 컨설팅 등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