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인력난으로 납품 물량 맞추기도 어려워”
상속세율 부담에 기업승계 포기 사례도 속출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경기 침체 장기화로 중소기업이 고용‧일감‧승계를 포기하는 이른바 '3포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부터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기조가 맞물리면서 연일 악화됐다. 상대적으로 유동적 대응이 가능한 대기업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중소기업계는 속수무책으로 압박받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첫 번째 요소로는 청년층 감소가 꼽힌다. 청년층은 임금과 복지 등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대기업보다 처우 및 환경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이 '3포 시대'에 직면했다면, 청년세대엔 ‘취업·결혼·출산'의 포기 등 또 다른 3포 현상이 확산하는 것이다.
실제 청년들의 중소기업 선호도는 바닥을 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 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세대 직장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선호도는 15.7%(복수응답)에 불과했다. 대기업(64.3%), 공공부문(44%), 중견기업(36%) 등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복수응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소기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는 더욱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증소기업 현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청년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감소했다. 부족한 청년층을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려 해도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인력난 여파로 일감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을 운영하는 김 씨는 “최근 생산해야 할 물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간의 손해로 회사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에 좋은 처우를 제공하기 어려워 구직자를 찾기 더욱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해진 날짜까지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경영진이 생산라인에서 밤낮 없이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손톱깎이를 생산한 쓰리세븐과 콘돔제조사 유니더스 등은 상속세 부담에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국내 가업승계 상속세는 최고세율은 현재 50%에 달한다. 프랑스(45%), 미국·영국(40%), 독일(30%) 등보다 높은 셈이다. 일본의 경우 55%로 공식적으로는 한국보다 높지만, 한국은 기업 승계 시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한다. 사실상 한국이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크다는 뜻이다.
승계 포기 현상은 경영자의 고령화까지 불러왔다. 막대한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청년층은 승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소기업 대표자들의 평균 연령은 53.4세다. 매년 1.4%씩 증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승계 불발시 폐업 등으로 인해 예상되는 자산총액에 대한 경제적 손실은 약 238조293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기업승계는 여전히 ‘부의 대물림’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본격적인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중소기업 친화적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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