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주요 부동산 법안들이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전세사기특별법 처리 이후 분양가 상한제 지역 실거주 의무 폐지와 더불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완화, 1기 신도시 특별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안들은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온 만큼,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30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법안 처리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분양가 상한제 지역과 공공택지지구에서 공급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지난 정부의 규제가 모두 풀린다. 해당 법안은 전매제한 완화와 짝을 이루는 법안인 만큼 처리되면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을 포함해 강남 등 핵심지역에서 분양권을 활발하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앞서 1·3 대책을 통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이 완화됐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가 소급 적용되지 않아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최근 들어 확산된 전세사기 후폭풍으로 규제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풀릴 경우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 길이 열린다. 그간 갭투자가 전세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고, 정부도 이에 맞춰 무자본 갭투자를 막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와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면 애써 막아온 갭투자를 다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재초환 완화도 여야가 비슷한 이유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소위에는 배현진 의원과 유경준, 김정재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건의 법률안이 상정됐다. 재초환 부담금의 면제금액을 1억원으로 상향하고 보유기간이 길면 더 많이 면제해주자는 것이 골자다. 부담금 계산 시점을 추진위원회 설립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미루는 방안도 제시됐다. 여당은 재초환 부담금을 줄여 민간 주택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은 투기 조장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여당 단독으로는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 여당의 재초환 개정안은 지난 2022년 9월 발의된 이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올해 4월 들어서야 첫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지만, 여야 이견 차로 현재까지 공전 중인 상황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심사가 길어지면서, 노후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특별법 처리도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연초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발의하고, 사업 기간 단축과 용적률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위 관계자는 "아직 법안소위 일정이 추가로 잡힌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