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사태 여파 회복..."단기 변동성 주의해야" 신중론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코스피가 1년 만에 2600선을 넘어서자 증시로 들어오려는 대기자금이 조금씩 불어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식 폭락과 차익결제거래(CFD) 사태로 침체한 투자심리도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도 분주하다. 올해 코스피가 17%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가자 앞다퉈 하반기 전망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반기 상승폭으로 최고 3000선을 제시한 곳도 나왔다.
7일 코스피는 장중 2629.92를 기록, 연고점을 다시 경신하다 0.01% 오른 2615.60으로 마감하며 사흘 연속 2600선을 지키고 있다.
개미들도 다시 증시로 몰려드는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투자자예탁금은 50조380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1일에는 52조7347억원을 기록하며 CFD 사태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예탁금은 지난 4월 2차전지 붐이 일며 53조원대로 급증했지만 CFD 사태가 발생하며 5월 17일 48조원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투자심리가 살아나며 빚을 내고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려는 ‘신용거래 융자액’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2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액은 18조6238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액은 CFD 사태가 발생한 4월 24일 20조 4319억 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지난달 17일 18조3861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넘어선 데다 코스피의 기둥인 삼성전자가 7만원대를 회복하며 주도주로 떠오르자 개미들이 속속 증시에 복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FD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9.13% 상승하며 7만17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률인 2.79%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수는 639만명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강세장이 펼쳐지며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600선을 돌파하며 9월 30일 저점인 2155.49(종가 기준) 대비 21.3% 상승했다”면서 “종가 기준 저점 대비 20% 증가라는 소위 ‘강세장’의 기준에 맞는 걸맞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불안으로 인한 단기 변동성 확대는 경계하지만, 위기는 아닐 것”이라며 “최근 거시환경과 코스피 이익 흐름 등을 감안할 때 또 한 번의 비중확대 기회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2350~2750으로 상향했다. 기존 전망치(2200~2600)를 2주 만에 끌어올렸다. 삼성증권은 내년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KB증권도 최근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920선으로 높였다. 앞서 KB증권은 코스피 상단으로 2800을 제시한 바 있다. DB금융투자는 코스피가 3000까지 오를 것이란 낙관론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전망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 외 증권사도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650~2900선으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내놓은 전망치(2000~2600)를 크게 높인 것이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상반기 조정을 거친 후 하반기 반등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상고하고'로 분위기가 바뀌는 셈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내외 증시의 단기 숨 고르기 과정을 시장 재진입이나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자동차, 정보기술(IT) 하드웨어, 가전, 2차전지(배터리), 조선,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실적 불확실성 회피가 가능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경기선행지수와 기업 수익성 환경 등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주가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며 "주요국 소비가 구매력 제고와 맞물려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실적 장세에 따라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주시하며 눈치 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은 6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리고 고용지표가 강력하다면 향후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 부채한도 상향으로 인한 국채 발행 증가 시 유동성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발행으로 시장 유동성이 국채에 집중되면서 일시적인 증시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2021년 12월~2022년 3월 미국채 발행이 증가하던 국면에서 글로벌 증시는 약세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6월에 조정 없이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IT 산업의 회복 기대감이 지속되며 코스피가 이달 27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략적으로 베팅할 업종은 여전히 IT"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