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기능 법적 형평성 주장까지…신뢰 하락에도 지원금 요청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시멘트업계에 대한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 강화가 예고됐지만, ‘알맹이’ 빠진 규제라는 주장과 함께 특혜만 지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통합관리대상 업종 중 시멘트 소성로 추가 관련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포·시행을 예고했다. 시멘트사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행령 상에서는 표면적인 규제만 강화됐을 뿐 탄화수소(THC) 등에 대한 감시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환경부의 이번 시행령은 기존 시멘트사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기준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고, 강원 지역 사업장의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은 118ppm까지 낮춰질 수 있다. 개정안이 내달 중 공포될 경우, 모든 소성로는 2027년 6월까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시멘트업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특혜 논란은 폐기물을 소각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시멘트사들은 대외적으로 폐기물 사용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폐기물 활용이 일상화됐다는 주장이다. 폐기물을 소각하는 기존 환경기초시설들과 시멘트사는 다른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기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이번 시행령은 NOx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질적인 알맹이가 빠졌다. 우선 독성물질인 CO가 관리 대상에서 누락됐다. 과거 시멘트 소성로의 CO 기준은 600ppm이었다. 지난 2000년 지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탄화수소(THC) 기준을 도입한 바 있다.
환경기초시설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THC를 시멘트사의 자가검증에 맡기고 법적 명문화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에는 THC 관련 내용이 누락됐다. THC 관리 문구가 없어도, 시멘트사의 자체 측정을 확인하겠다는 스탠스로 보인다. 국내 시멘트사의 THC는 외국과 달리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산업폐기물 소각업체들은 THC를 관리할 의무가 없지만 통합법에 따라 THC를 측정·관리하고 있다. 시멘트사가 ‘대기환경보전법’에 설정되지 않아도 통합법 기준에 맞춰 THC를 측정·관리해야하는 것이 환경기초시설업계의 주장이다.
시멘트사는 이미 적용된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 것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멘트 7개사가 지난 5년간 집행한 설비투자는 1조8399억원이다. 이중 8000억원 가량이 환경 분야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계는 지속적인 설비 보강을 위해 정부의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멘트사는 이미 지원 부문의 신뢰를 잃었다. 감사원은 지난 2020년 9월 각 시멘트업체에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는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를 설치·운영하도록 권고했다. 13곳의 공장은 1104억원의 자금을 저리로 빌렸지만, SCR를 설치한 공장은 없었다.
환경기초시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는 유럼 팸투어를 통해 폐기물 활용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같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멘트사가 폐기물을 활용하려면, 그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회수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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