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난 언급할 게 없다"…정치적 논란 회피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기밀문건 반출 혐의로 연방 검찰에 형사 기소된 뒤 열린 첫 공개 연설에서 이번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했다. 이는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면서 정부에 화살을 돌려 보수층 결집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기소에 대해 언급을 삼가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AP통신·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조지아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검찰 기소에 대해 "터무니없고 근거가 없다"며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적들이 날조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주체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를 '불법', '부정'의 뜻인 'Injustice'를 사용해 'DoJ'(Department of Injustice)로 바꿔 부르면서 "바이든 정부의 무기화한 부처가 나를 터무니없고 근거 없이 기소한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끔찍한 권력남용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그들은 우리의 (대선 출마) 움직임을 막고 미국민의 의지를 좌절시키기 위해 잇따라 마녀사냥을 시작했다"며 "결국 그들은 나를 쫓는 게 아니라, 여러분을 쫓는 것"이라고 말하며 지지층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AP 통신은 "트럼프는 기소를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법적 위험을 정치적 이익으로 바꾸려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 검찰에 기소된 뒤 공식 석상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와 수사 대상 문건 은닉과 허위 진술 등 사법 방해 관련 혐의 등 모두 37건의 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와 관련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사 최종 책임자인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과 이번 사안으로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와 전혀 얘길 나누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난 그것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기소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기밀문서를 반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 검찰에 기소된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CNN은 두 대통령의 문서 유출량과 대응 방식이 이러한 차이를 낳았다고 분석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보수층 반발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