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론 "불필요한 규제 폐지해서 시장 연착륙 유도"
반대론 "갭투자 유도로 또 전세사기 문제 발생 가능성"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정부가 올해 초 1·3대책의 일환으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 발생 등 변수가 발생하면서 관련 법안 필요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갭투자 확산을 이유로 반대하는 등 국회 해당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 타이밍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중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명시한 개정안이 아직 계류돼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초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최장 5년간 거주해야 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전매제한을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 지방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여야간 입장차가 커 합의 처리에 실패한 바 있다. 소위는 오는 22일 추가로 회의를 열어 주택법 개정안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나, 현재 상황으로서는 개정안 상정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부동산업계에서는 거래활성화를 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해서 시장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기존에 실시한 전매제한 완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매제한 완화로 장기간 매각이 어려웠던 주택들이 환금성 제약에서 자유로워졌고, 실거주 의무 폐지로 대출 또는 실입주가 쉽지 않았던 일부 수요층은 임대차로 입주 잔금을 마련하거나 매각 등의 퇴로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전매제한 완화와 단짝인 실거주의무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전매제한 완화효과를 다 잡아먹어 버렸다”며 “전매가 허용돼도 실거주의무가 살아있으면 실질적으로 분양권을 팔 수가 없는데, 소급적용을 해준다 해도 계속 처리가 늦어질 경우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실거주 의무 폐지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전매제한 완화나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을 염두에 두고 청약에 나선 사람들은 자금 계획 등에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섣부른 규제완화는 갭투자를 유도해 전세사기 피해를 양산할 수 있어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만만찮게 흘러나온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거주보단 전세 물량으로 돌리게 되는데, 결국 투자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자본이 부족하더라도 전세를 활용한 투자가 가능해진다”며 “최근 전세사기와 깡통전세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를 해제하면 결국 역전세에 기름을 붓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거주 의무 폐지로 갭투자 수요는 당연히 증가할 수 있고 임대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매 제한이나 실거주 의무를 풀어준다고 해도 분양시장에서 수요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분양가”라며 “이자 부담 때문에 수요자들의 대출 운신 폭이 좁아져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곳만 선택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큰 틀에서는 여야가 의견을 같이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과 달리, 실거주 의무 해제는 여야가 근본부터 의견이 다른 만큼 향후 국회 처리 가능성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소장은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다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투기로 보여질 수도 있어 규제를 해제하려는 여권 측의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며 “실거주 의무 폐지 가능성은 반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