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의무‧재초환 등 규제 완화 놓고 정치권 논쟁 이어져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전세사기가 드러나면서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당초 공약으로 내세웠던 실거주의무 폐지와 재초환 등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공포‧시행과 함께 발족한 국토교통부 소속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최근 진행한 제2회 전체회의에서 인천과 부산 등 지자체에서 피해사실 조사를 완료한 피해자 결정 신청 268건 중 265건에 대해 결정 의결했다. 이는 위원회 발족 후 첫 번째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의결이다.
범정부적 수사가 진행된 가운데 전세사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중 인천에서 20~40대 피해자 4명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고 서울 양천구에서는 이른바 ‘빌라왕’ 사건 피해자까지 포함해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는 여야가 ‘선 구제 후 정산’ 방식 수용을 두고 논쟁을 벌인 끝에 전세사기 특별법을 내놨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 관계자는 “피해금 100% 보상해달라고 주장하는게 아니라 보증금의 일정 비율이라도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범죄수익 환수 등을 통해 보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세가격이 계약 당시보다 내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와 매매값이 전세 보증금을 밑도는 깡통전세가 늘어나 전세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18일 ‘전세 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세보증금 이슈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완화를 두고도 정치권과 시장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월 정부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매제한 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패키지격인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수요자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부동산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실거주 의무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김인만 김안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여당이 실거주 의무 폐지를 주장할 당시에는 부동산이 하락장이라서 연착륙 유도 등의 명분이 있었지만 현재는 시장이 하락을 멈춰 투기 조장이라는 야당의 명분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마지막 대못으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지난해 9월 발의된 후 7개월만인 지난 4월 들어서야 국회에서 첫 심의가 이뤄졌다. 여야가 환수 이익을 감면해야 한다는 입장은 같지만 구체적인 부과 면제 기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국회앞에서 집회를 열고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조합연대 관계자는 "재건축 부담금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게 어려울 경우 감면이라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며 "부담금 완화안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