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대규모 파업에 돌입하면서 하투(夏鬪)’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 등 노조 문제까지 겹치며 악재가 쌓이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민노총은 전날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핵심 의제로 △노조탄압 중단 및 노조법 2·3조 개정 △최저임금 인상·생활임금 보장 △과로사 노동시간 폐기·중대재해 처벌 강화 △언론·집회시위 자유 보장 등을 제시했다. 재계는 “정치적인 요구로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 파업”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별 노조는 오는 15일까지 2주 동안 교대로 파업을 단행하고 전국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의 현대자동차지회가 이번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해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18년 이후 4년여 만에 파업을 단행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지회는 그간 사측과 힘 모아 업계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쟁의행위를 자제해왔다.
이번 총파업은 산업별 노사의 임금·단체 협상(임단협) 시기와 맞물리며 산업계 갈등의 골을 더욱 깊이 파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판매노조는 사측과 임금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달 말 임시대의원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행위를 결의한 뒤 파업절차를 밟고 있다.
노조가 해당 산업이나 기업과 무관한 목적으로 총파업을 단행하는 점은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산업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월 전망치인 1.5% 대비 0.2%P 하락한 1.3%로 제시했다. 민간소비 소폭 회복, 반도체 시황·중국 경기 개선 등 호재가 발생하는 반면 건설·설비투자 부진이 경제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도 이 같은 전망을 고려해 하반기 보수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개사 중 107개사를 설문한 결과 ‘지난 상반기보다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15.0%(16개사)에 불과했다. ‘축소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24.3%(26개사)에 달했다. 투자 계획을 축소시킨 사유로 ‘경기 둔화 등 경제전망 불확실’(33.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 활력 제고, 민생 안전을 목표로 수출 확대를 골자로 한 경제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금은 노동계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할 때가 아니라 노사관계를 선진화하는 데 함께 노력해 미래세대의 일자리 창출과 유지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금속노조는 지금이라도 명분 없는 불법파업을 철회하고 노동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