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전세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특별법이 시행 중인 가운데 선의의 피해자들 구제가 쉽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전세사기범들에 대한 처벌이 아직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서수정 판사)은 지난 6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서구 빌라왕’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에 관해 검찰은 “피고인이 다수 청년과 서민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려 거리로 쫓겨나게 하고 사실상 전 재산인 주택마련 자금을 잃게 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점, 피고인 스스로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이에 못미쳤다”며 항소 의사를 전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 단독(장두봉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분양대행업체 대표 B씨와 실장 C씨에게 각각 징역 5년‧4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빌라의 신’으로 불리는 전세사기 일당으로 임대차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일각에서는 형량이 너무 낮다며 이 같은 판결이 전세사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될 수 있으며 범죄단체조직죄가 추가된다면 징역 15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경우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처벌이 가능하지만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처벌 대비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며 “재산 몰수 및 피해금액 1억원당 징역 1년 등 패가망신 수준으로 처벌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장은 “가담자 모두에게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적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재산을 회수하는 등 강력한 처벌만이 전세사기 예방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든 피해자들의 대한 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별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까다로운 지원충족요건으로 인해 피해자 인정 및 실질적 구제가 쉽지 않다. 현재 정부는 추가적인 전세사기 피해를 막고자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로 하고 있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앞서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 사항인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전월세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20대와 30대 젊은층이 신축 빌라 등의 적정가격을 알기 어려워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만큼 주택 가격과 전세가 평가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의 실제 사용 가치에 기반한 평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임대인들이 부풀린 전세가에 기반해 형성된 가격들은 실제 주택 가치와는 괴리가 크다”며 “반면 임대료는 해당 주택을 실제로 사용하는 이들의 소득 수준에 기반하기에 가치 판단을 하기에 좋은 지표라서 월세에 기반한 사용 가치를 기준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