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영향력, 대선 주자 입지까지 '흔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수해 골프'로 논란이 된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받아들었다. 2006년 ‘수해 지역 골프’로 물의를 빚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홍문종 전 의원 제명보다는 낮은 수위이지만 상당한 수위의 징계로 평가받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정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홍 시장의 정치적 입지에도 타격이 있을거란 전망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전날(26일) 회의를 열고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의결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함께하고 공감해야 할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 정서에 동떨어진 행위와 언행을 하고 민심에 맞서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 이미지를 훼손하고 민심을 떠나게 하는 해당 행위"라며 중징계 이유를 밝혔다.
홍 시장은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청구하지 않으면 징계는 그대로 확정된다. 홍 시장은 징계 소식을 접한 직후 "더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혀 재심 청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징계로 홍 시장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상당히 축소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내년 총선을 9개월여 앞둔 가운데 10개월 당원권 정지 결정으로 차기 총선 국면에서 홍 시장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또 징계 과정에서 홍 시장의 녹록치 않은 당 내 입지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도 뼈아프다. 통상 징계를 앞두고 관련 언급을 삼가는 게 보통인데, 이번엔 "과거 자연재해 때 골프를 치고 제명을 당한 사례가 있다"(유상범 수석대변인), "당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해당 행위"(황정근 위원장) 등 홍 시장에 불리한 발언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징계는 홍 시장에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먼저,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국민적)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이 차기 대선 후보로서 잃어버린 것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홍 시장으로는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당에서 홍 시장에게) 국민에 대한 공감 능력이나 지도자로서의 책무가 없다는 이미지를 극대화시켜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황 위원장은 지난 26일 윤리위 회의 직후 "홍 시장은 당대표와 대통령 후보를 지내는 등 국민의힘 중요 정치 지도자로서 더 엄격한 윤리규정 지켜야 한다"며 "특히 차기 대선에서도 당내 유력한 후보로서 국민은 그의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개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가 소속된 정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평가하기 마련"이라며 박 평론가의 지적과 궤를 같이했다.
앞서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린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논란이 됐다. 논란 초기 홍 시장은 "규정을 어긴 것이 없다"며 떳떳한 태도를 보였지만, 비판이 누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윤리위가 징계 논의를 개시하자 결국 사과했다.
홍 시장이 당원권 정지를 받아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홍 시장은 앞서 2015년 경남지사 재임 당시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되면서 기소 시점에 당원권이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규정한 새누리당 당헌에 따라 당원권 정지 징계가 확정됐다.
한편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청년 정치 플렛폼 '청년의 꿈'에 "발언권은 정지되지 않았다"는 댓글을 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