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단지 가운데 철근이 누락된 15개 아파트 단지를 공개했다. 그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장관과 LH 사장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전수조사 범위를 민간 발주 부문으로도 확대하겠다고도 다짐했다.
팩트만 열거하면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바로잡을 것은 잡겠다는 ‘쿨한’ 정부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이후 “못 믿겠다” “잠 못 자겠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반응들 일색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아파트 같은 거주시설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무량판 구조 건축시설이다. 그만큼 기우가 대부분일 수 있고 공포심이 너무 확산되는 것도 부동산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 이제 정부가 바로잡겠다고 했으니 안심하고 발 뻗고 자고 집값 더 오르기 전에 빚내서라도 좋은 집 사자”고 말하는 이도 드물다는 것이다. 무량판 구조식 한 공사현장이 있다고 가정하자. 설계상으로는 천정을 지탱해야 하는 기둥에 철근의 일종인 전단보강근 100개가 들어가야 하는데 60~70개만 현장에 도착한다. 베테랑 기술자가 안전문제를 제기해도 오른 철근값과 장시간을 요하는 전단보강근 작업 특성상 공기 초과를 이유로 묵살된다. 그나마도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을 요하는 철근 결속 작업을 건설의 건자도 모르는 하청업체나 외국인 근로자가 한다. 막상 베테랑들은 높은 인건비로 현장에 오래 붙잡아두기 어렵다. 공기가 빠듯하다는 이유로 비오는 날 몰래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한파가 온 날 양생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시행사나 감리는 이 모든 걸 목격하고도 뒷돈과 향응에 취해 어제까지 멀쩡하던 시력이 갑자기 나빠진다. 시공사도 공사비 아끼고 공기 맞춰 브랜드 신뢰도 쌓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 형태는 각각 다르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광주 화정 신축아파트가 그 과정 속에서 무너졌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