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美 법무장관 "절반만 사실이어도 트럼프는 끝장"
커져가는 '사법 리스크'에도…지지율은 고공행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만 벌써 세 번째 기소를 당한 상황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지지율과는 별개로 그가 차기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복수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인 1·6 사태와 관련, '대선 결과 뒤집기 모의 및 선거사기 유포' 등 4개 혐의로 연방 대배심으로부터 추가 기소됐다.
1·6 미 의사당 폭동은 2021년 1월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불복, 그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회의가 열린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을 말한다. 1·6사태의 배후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목된 것이다.
이번 기소로 연방 차원에서만 세 번째 기소를 받아든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대권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9일 국가기밀 문건 불법 반출 및 보유 등 37개 협의로 기소됐다. 지난 7월 27일에는 수사 방해 등 3개 혐의로 추가 기소 당했다.
이같은 상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어도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기밀 문건 무단 반출 혐의에 대한 재판 시작은 내년 5월 20일로 예정돼있다. 다른 재판 일정도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대선 본선 때까지 유죄 선고의 위험 속에서 선거운동을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윌리엄 바 전 미국 법무장관은 지난 6월 11일 '폭스뉴스 선데이'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수백 건의 기밀 문건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검찰 주장이 절반만 사실이어도 그는 끝장난다(He's toast)"고 강조했다.
미국법상 국가 기밀 보유 관련 혐의의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 사법체계 방해 혐의는 최대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다른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해당 사건의 절반만 유죄평결이 나도 트럼프는 사실상 '종신형'에 처해지게 된다.
다만 '사법 리스크' 심화와는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는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와 함께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932명의 공화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4%의 지지율로 압도적 선두를 기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리턴매치'가 이뤄질 경우에도 박빙 대결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차원의 기소에는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지율이 꺾이지 않자 여유를 내뿜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일 연방법원이 '대선뒤집기' 혐의로 자신을 추가 기소한 다음날 SNS에 글을 올려 "이렇게 뜨거운 성원은 이전 어떤 경우에도 없었다"며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한편 미국 헌법에는 기소되거나 형을 복역 중인 사람이 대선 출마나 대통령 취임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없어서 이번 기소가 그의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미 법조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