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시범사업, 100점 만점 중 10점”…업계, ‘정상적 사업 불가’ 판단
이용자 수 급감·약 배송 실질적 불허…“형식적 소통창구도 거의 없어”
비대면 진료, 시민 의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헬스케어 슈퍼앱 희망”
이용자 수 급감·약 배송 실질적 불허…“형식적 소통창구도 거의 없어”
비대면 진료, 시민 의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헬스케어 슈퍼앱 희망”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코로나19 확산 당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는 시민의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이 시기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의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증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촉진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성장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과거 비대면 진료가 적극 활용되던 방식보다 퇴보한 시범사업을 지난 6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달 시범사업을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 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격동의 시기에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공동대표를 만났다.⃟“시범사업, 업계 사형선고…대한약사회, 약 배송에 격렬히 반대”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한국 의료체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선 대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맥킨지 전략컨설턴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수석매니저 등을 거쳐 손웅래 공동대표와 함께 메라키플레이스를 창업했다. 선 대표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활성화된 미국·중국·일본을 벤치마킹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소회했다. 선 대표는 “해외 선진국들은 슈퍼 어플리케이션(앱) 수준의 대형 회사들이 이미 활동하고 있고, 자유로운 경영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 대표는 복지부의 시범사업안과 이를 기반으로 이뤄질 비대면 진료 법제화는 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시범사업안이 △진료 대상자의 급감 △사실상의 약 배송 서비스 금지 등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진료 대상자는 약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약 배송 역시 굉장히 특수한 상황에서만 허용되기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약 배송 만큼은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료는 비대면으로 하고, 약을 받지 못해 직접 약국을 방문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업계도 약 배송 부분 만큼은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또 “100점 중 70점 수준의 시범사업안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10점짜리에 불과한 방안이 나와 충격적이었다”라면서 “이 방안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업계에 대한 사형선고와 다름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 대표는 약 배송 서비스를 막고 있는 주된 원인으로 대한약사회 등 직역단체의 반대를 꼽는다. 그는 “소위 ‘목이 좋은 곳’에 약국을 가지고 있는 약사분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약 배송 서비스가 허용되면 엄밀히 말해 이렇게 많은 약국이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큰 이견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소통·협의 창구 실종…“비대면 진료, 의료 접근성 증대에 큰 기여”
선 대표는 당국과 이해관계자 사이의 소통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 차원에서 가끔 만나주기는 하지만,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리를 위한 자리’를 만드는 수준”이라며 “업계 입장에서는 함께 발전하기 위한 자세로 임했지만,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발전에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 활용’에 관한 인식에서 당국과 큰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소회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당연히 관련 API를 공개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라며 “이는 약 배송 서비스와 함께 정상적인 사업 영위를 위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당국은 비대면 진료 자체를 계속해서 음지로 밀어 넣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선 대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료 접근성과 진료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자주 사용하는 환자는 바쁜 직장인, 아기 엄마, 만성질환자 등이 많다”라며 “긴급한 상황이나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로 편하게 약을 처방 받고 치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예를 들어, 아직도 당뇨 환자들은 수기로 매일 당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의사 입장에서도 매일 이것을 확인하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환자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을 디지털화 하면 진료 과정에서 보다 나은 편의성, 정확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 대표는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면, 나만의닥터를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앱’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나만의닥터를 ‘아플 때 생각나는 슈퍼앱’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 메라키플레이스의 비전”이라며 “아프면 진료와 약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본인의 생체 데이터도 저장해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라고 희망했다. 이어 “이해당사자가 모여 전향적인 자세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비대면 진료는 결국 다가올 미래이기에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어떻게 대한민국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선 대표는 추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