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시대 종식...'다크호스 낙점' 가능성은 낮아
동갑내기 부회장들 각축···은행·손보·카드 이끌며 검증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KB금융그룹이 윤종규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9년 만에 수장 교체가 예고되는 가운데 차기 회장 후보군이 6인으로 추려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6명으로 구성된 1차 숏리스트를 발표했다.
6명의 후보군에는 내부 4명과 외부 2명이 선정됐다.
내부 인사로는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 3명과 박정림 총괄부문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는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비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9일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 및 심사를 거친 후 숏리스트(2차)를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현재 그룹 안팎에서는 1961년생 동갑내기 그룹 부회장들의 3파전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CEO들이 대거 교체되는 등 관치 기조가 강해지고 있으나, KB가 과거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았던 점과 지난 9년간 윤 회장 체제에서 탄탄한 지배구조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 등으로 외부 인사가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숏리스트 후보군에는 이름을 올릴 수 있겠지만 최종 후보로 낙점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은 양종희 부회장이다. 오랜 기간 윤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인사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을 맡으며 회사 기반을 다졌다. KB손보 대표직을 3회 연속 맡으며 KB금융의 '1회 연임' 인사 관행을 깬 인물이기도 하다. 3명의 부회장 가운데서 지난 2021년 가장 먼저 부회장직으로 승진 이동했다.
허인 부회장도 유력 후보다. 2017~2021년 핵심 계열사 KB국민은행을 이끌었다. 4년 동안 은행장으로서 국민은행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을 4년간 이끌면서 리딩뱅크 탈환, 디지털경쟁력 강화, 부실 사모펀드 위기관리 등의 성과로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서울대 법대 80학번으로 현 대통령(79학번)의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이동철 부회장 역시 2018~2021년 KB국민카드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로 성과를 인정받은 인물이다. 지주와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전략, 재무, 영업 등의 다양한 업무를 도맡은 '전략통'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6년엔 핵심 계열사인 KB증권(옛 현대증권) 인수합병을 이끌었다.
회장 최종 후보자는 다음달 8일 결정된다. 회추위는 2차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이후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게 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11월 20일 회장으로 선임된다.
한편, 이날 윤 회장은 용퇴 입장을 밝히면서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회장과 은행장을 3년간 겸직하면서 KB사태 내분으로 인한 조직혼란을 수습했다. 이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 적극적인 M&A와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KB금융을 명실상부한 리딩금융그룹으로 올려놓았다. 지난 9년간 KB금융의 수익은 3배 이상 성장했고, 각종 재무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윤 회장은 독특하고 다양한 이력 등으로 '입지전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동안 이룩한 성과를 생각하면 욕심을 낼 만도 하지만 미련을 버림으로써 윤 회장은 KB맨들에게는 퇴임 후에도 그 누구보다 존경받는 선배 은행원으로 기억될 수 있게 됐다.
한편 윤 정부들어 일부 금융권 CEO 인사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같은 논란이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에는 어떻게 투영될지 주목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7일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KB금융의 승계절차와 관련해 "지난 연말·연초 여러 지배구조 이슈 이후 KB가 첫 이벤트를 맞는 만큼 선진적인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이 명예로운 퇴진을 결정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강한 반감을 보여온 '장기 집권' 논란은 아예 사라지게 됐다.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이 '선진 사례'가 될지, 아니면 '관치 사례'가 될지는 앞으로 진행 과정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