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콘텐츠 마련하고 EV9도 전시…브랜드 가치 전달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기아가 79년 역사를 지닌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시작점을 재조명하고 업력을 강조하는 취지로 초기 모델을 복원해 대중에 공개했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기업 첫 완성차 모델 포니(Pony)를 복원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 같은 맥락의 행보다.
기아는 기업 유산(헤리티지)을 선보이기 위해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브랜드 체험 공간 Kia360에서 ‘T-600’과 ‘브리사’ 복원 차량을 전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시의 콘셉트는 ‘사람과 함께 하는 움직임(Movement with People)’이다. 기아는 전시를 통해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고객(People)과 함께하며 미래에도 전기차, 목적 기반 모빌리티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움직임의 여정을 이어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내달 5월까지 9개월여 기간 동안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삼륜 자동차 T-600과 기아 최초 후륜구동 승용차 브리사를 전시한다. 기아는 각 차량의 과거 사진과 출시 카탈로그 등을 참고해 연구소에 보관돼온 두 모델의 내·외장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T-600은 지난 1969년 일본 동양공업(현 마쓰다)과 기술 협력을 통해 생산한 삼륜차다. 차체가 작고 가벼워 좁은 골목길이나 산동네에서 연탄, 쌀 배달 등에 활용됐다. 세 개 바퀴가 달려 있어 ‘삼발이’로 불리기도 했다. T-600은 기아가 자전거 생산에서 나아가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모델이기도 하다. 국내 자동차 산업사에서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어 1974년 출시된 승용차 브리사는 마쓰다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가 부품 국산화 노력을 바탕으로 출시 2년 만인 1976년 90%의 국산화율을 달성한 채 판매됐다. 브리사는 과거 석유 파동 당시 우수한 경제성을 인정받아 인기를 끌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이 운행한 택시로도 알려졌다.
기아는 두 모델과 함께 플래그십 전동화 SUV ‘EV9’을 전시한다. 기아는 아울러 방문객들이 기아 헤리티지를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디지털 콘텐츠를 마련했다. 전시장 입구에 고객들의 일상 속 기아의 다양한 순간을 담은 이미지가 상영되고 스포티지, K5, EV9 등 역대 기아 대표 모델들을 연결해 만든 영상도 송출한다. 기아 헤리티지 전시는 별도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고 도슨트 투어는 현장 신청을 통해 진행 가능하다.
기아 관계자는 “79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고객과 함께해 온 여정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이번 헤리티지 전시를 준비했다”며 “기아의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헤리티지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는 지난 1944년 경성정공으로 시작해 1952년 기아산업, 1990년 기아자동차를 거쳐 현재 사명을 이어 왔다. 기아는 국내 최초로 자전거를 제작하고 삼륜차, 트럭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만들어왔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한 곳으로서 세계 고객들에게 각종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형제 기업인 현대차도 오는 10월 8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진행하는 전시 행사 ‘포니의 시간’을 통해 포니 초기 모델과, 포니를 기반으로 최근 제작한 전동화 콘셉트카 N 비전 74를 전시했다.
양사의 ‘헤리티지 마케팅’은 최근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하고 있는 완성차 업계에서 기성 자동차 제조사들이 펼치고 있는 전략 중 하나다. 이들이 테슬라 등 신생 업체들과 경쟁하는 가운데, 오랜 업력을 거쳐 축적한 자동차 개발·양산 노하우를 알리며 기업 경쟁력을 더욱 부각시킨다는 취지다. 동시에 최근 활발히 출시 중인 신차의 혁신성을 돋보이게 하려는 전략도 저변에 깔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