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사상 초유의 공공발주 철근 누락 사태와 더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예우 관행까지 드러나면서 단순 처벌과 쇄신을 넘어선 공사 ‘해체론’이 본격화 되고 있다.
LH는 지난 2021년 땅투기 의혹 당시에도 대대적인 개혁을 감행했으나, 결국 해묵은 비리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부실없는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시민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건설사업 체계 붕괴를 드러내는 사태라며 10대 제도개선안을 제시했다.
먼저 수행 주체(설계·시공·감리)의 경우 △직접시공제 확대 △인허가 시 설계 계약서류 및 관련 자료 제출 의무화 △외국인 불법 고용 근절의 3가지 대책을 요구했다. 수행주체의 직접시공제는 기존 LH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사실상 공사 기능 정지를 요구한 것이다.
비용부담 주체(수분양자·공공임차인)에겐 △계약 시 설계도면 및 공사비 내역서 등 공개 △감리보고서 등 공사수행 관련 정보 수시 공개 △시공현장 정기적 출입권 보장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인허가·공공발주 주체(정부·지자체)에 대해선 △지역건축센터 설립 의무화 △허가권자-감리업체 간 직접계약 △설계 및 감리대가 지출 내역 확인 및 공개 △전관업체 입찰참가 원천 배제 등 4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 감시단장은 “전관특혜 근절을 위해선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며 “직속으로 전관특혜 근절 특별위원회(특별위)를 설치하고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상설화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경실련보다 더 강력한 변화를 촉구했다. 공전협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뿌리 깊은 전관예우 관행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LH 해체를 요구했다.
임채관 공전협 의장은 “LH 퇴직자들이 설계, 시공, 감리 각각에 대거 포진해 현직들과 서로 눈감아준 게 대규모 부실공사의 원인”이라며 “더 이상은 공기업으로서의 존재이유를 상실한 만큼 LH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0일 LH 해체론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원 장관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단지를 취합할 때 빠진 게 있다면 자체적으로 시정할 기능을 갖고 있어야 했다”며 “작업 현황판조차 취합 안 되는 LH가 이러고도 존립 근거가 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