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계 각료회의 열고 24일 방류 시작 결정
어민단체 등 국내외 거센 반발에도 강행 움직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개시 일정을 오는 24일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 정부가 어민단체를 비롯한 일본 국민 대다수와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여론과 배치된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수습이 향후 시급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22일 교도통신·NHK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께 총리 관저에서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방류 시작 시기에 대해 "기상·해상조건에 지장이 없다면 24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이날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현 지사, 후쿠시마 어업협동조합연합회 간부들과 만나 이번 결정을 직접 전달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내외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방류 개시 확정으로 원전 오염수 방류는 기정사실화됐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움직임은 최근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빨라졌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지난 19일 귀국한 다음 날인 20일 후쿠시마 원전을 찾아 오염수를 정화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비롯한 방류 설비 시찰에 나선 바 있다. 기시다 총리가 오염수 방류 설비를 살펴보는 것은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원전 시찰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방류 개시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시기를 말하는 것은 삼가고자 한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안전성 확보와 소문 (관련) 대책의 대응 상황을 정부가 확인해 판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를 말하는 것은 삼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폐로(원자로 폐쇄)를 착실히 추진하고 후쿠시마 부흥을 진행해 가려면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로서 판단해야 할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언급하면서 방류 개시 확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기시다 총리는 방류 일정 결정을 앞둔 지난 21일에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을 만나 정부 대책을 설명하며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해양 방류를 안전하게 완수하고 안심하고 생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대책을 계속 취하겠다"고 정부 방침에 대한 이해를 부탁했다. 이에 사카모토 회장은 기시다 총리와 면담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오염수의 해양 방출에 반대한다는 것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며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해서 소문 피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며 거듭 반대 의사를 전했다.
일본 정부가 방류를 강행하더라도 일본 국민을 비롯해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은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 교도통신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8.1%가 방사성 폐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 계획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도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며 비판하는 상황이다. 앞서 중국은 방류 개시 전인 지난달부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전면적인 방사선 검사를 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수입 규제를 시작했다.
여기에 일본이 방류 개시 일정을 확정한 이날 홍콩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통제에 즉시 착수했다. 방류가 진행된다면 중국과 홍콩 등은 일본산 수산물을 포함해 다른 식품 등에 대한 수입 규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태평양 도서국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피지의 피오 티코두아두아 내무이민부 장관은 지난 6월 3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일본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한다면 왜 자국에 두지 않는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야당을 비롯해 국민 여론에서는 부정 여론이 지배적인 만큼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잡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총량은 134만톤(t)으로 해양 방류는 개시 시점부터 약 30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방류의 안정성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을지도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