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가능성은 희박해 사실상 임명 강행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야당이 이 후보자의 언론장악 의혹 전력 등을 이유로 임명을 반대하는 만큼 임명 이후 언론 정책 방향을 두고 여야 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어제 (윤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안을 재가해서 보냈다"고 밝혔다. 재송부 시한은 24일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할 경우 법정 시한 다음날부터 10일 이내의 범위 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곧바로 임명이 가능하다. 지난 21일이었던 이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송부 법정 시한이 지나 윤 대통령이 24일까지 재송부를 요청한 만큼 이르면 25일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23일까지인 점을 고려해 위원장 공백 기간을 줄이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16번째 인사로 기록된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는 임명 강행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야당은 '국회 무력화'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방송장악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이제는 국회를 아예 패싱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며 "말이 요청이지 '이동관을 꼭 임명하고 말겠다'는 대통령의 선포"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은 국회의 감시와 견제라는 기본적인 헌법 이념조차 부정하느냐"고 반문하며 "검사로 견제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던 잘못된 태도를 대통령이 돼서도 고칠 생각이 조금도 보이질 않는다"고 비난했다. 언론시민단체들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여론조작 공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참여연대 등 41개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임명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법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경력이 있는 사람은 방통위원이 될 수 없는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초 윤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지냈다. 이들은 "이동관 임명은 방통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며 "시민의 민주주의적 상식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