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자유대한민국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선 정율성" 비판
강기정 "광주, 정율성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정치권이 '정율성 논란'으로 때 아닌 격론에 빠졌다. 광주광역시가 올해 말까지 48억 원을 들여 정율성 기념 공원을 짓는다고 한 것에 대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율성은 공산군 응원 대장"이라고 지적하면서다. 광주시와 보훈부 논쟁에 여야 인사들이 참전하며 논란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같은 논쟁의 발단은 박 장관의 문제 제기였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 공원 건립 추진 사실을 알리며 "안중근과 윤봉길도 못 누리는 호사를 누려야 할 만큼 그가 대단한 업적을 세웠느냐"고 반문했다.
박 장관은 "정율성이 독립유공자인가.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며 정율성이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고 북한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해 단장까지 역임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조국의 산천과 부모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공산군 응원 대장이었던 사람이기에 그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수 없었다"며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시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거들었다. 강사빈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율성의 친북, 친중 행적은 매우 명확하다"며 "북한 정부 수립에도 기여한 바가 있으며 그가 만든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6.25 전쟁 당시 남침의 행진곡으로 쓰였고, 이후에는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까지 오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율성 공원 건립을 적극 옹호했다. 강 시장은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적과 나'로만 보인다"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은 정율성 공원 건립에 문제를 제기한 박 장관과 강 부대변인을 싸잡아 비판하며 강 시장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24일 '남도일보' 특별기고를 통해 "두 사람의 발언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며 위험한 발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냉전시대의 이념갈등을 빌미로 지자체의 사업에 간섭하려는 현 정부의 태도는 개탄스럽기까지 하다"며 탈냉전 시대에 걸맞은 정부여당의 자세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 부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산 영웅을 자처한 정율성에 대한 공원을 '이념 갈등 해소'의 명분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발상임을 명심하라"고 받아쳤다.
이어 "이 의원이 과거 독립투사인 유관순 열사를 욕설로 묘사한 시를 SNS에 공유해 많은 논란을 초래했던 바 있다"며 "그런 행태를 보인 이 의원이 이번에는 공산 영웅 기념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반대를 '시대착오이고 위험한 발상' 운운하시니, 국민께서 어떻게 판단하실지 의문스럽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광주시는 여당의 문제제기에 후속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율성이라는 이름은 다수 국민에게 6·25 전쟁의 치욕을 상기시키는 이름"이라고 강조한 만큼, 공원 건립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