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연평균 40%씩 급성장…유럽, 시장 점유율 1위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근로 현장 안전 규제 강화와 생산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협동 로봇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이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31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2020년 9억8100만달러(한화 약 1조2980억원) 수준이던 전세계 협동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41.8%씩 성장해 2026년에는 79억7200만달러(10조54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2020년 5900만달러(780억원) 수준이었으나 연평균 44.1%씩 커져 2026년에는 5억2500만 달러(694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유럽 지역이 35.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아시아·태평양, 북미 등 순으로 집계됐다.
협동 로봇이 이처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재래식 산업용 로봇은 대기업들이 주로 채택하는 소품종 대량 생산 체계에서 적합하지만 중소기업의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에서는 효용성이 반감된다. 공장 면적이 협소한 중소기업 제조 현장에서는 반드시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사용이 가능한 재래식 산업용 로봇은 물리적 공간의 제약 탓에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건비도 크게 올랐고, 위험하고 힘든 산업 현장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잡으며 로봇에 기반한 자동화가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많아지는 추세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규제 강화로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도 협동 로봇 도입의 이유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에 국내 유수의 기계 장비 제조 전문 대기업들은 협동 로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는 25Kg에 달하는 중량물을 다루는 H시리즈와 세계 최초 식음료 전용 'E 시리즈' 등 전 세계 협동 로봇 제조사 중 가장 많은 13개 제품 라인업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2년 연속 연간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박지원 두산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어둔 회사다. 박 회장은 오는 10월 두산로보틱스 기업 공개(IPO)를 앞두고 빠르게 성장하는 협동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자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오토매티카 2023'에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132억원, 올해 99억원을 기록했지만 내년 영업이익 37억원을 실현해 흑자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내겠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1984년 현대중공업 용접기술연구소 내 로봇 전담팀으로 시작한 HD현대로보틱스는 호텔·병원 내 방역용·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실제 HD현대로보틱스의 로봇은 서울 아산병원과 독일의 한 병원에서 활약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1807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은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라도 저가 수주를 지양하는 수익성 우선 원칙을 강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2021년에는 독일에 유럽 법인을, 지난해에는 미국과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HD현대로보틱스는 자동차 산업계의 투자 확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모멘텀의 로봇 사업부를 분리해 오는 10월 6일을 목표로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이곳은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각각 68%, 32%씩 지분을 갖는 JV형태로 세워진다. 한화그룹은 스마트 기술 기반 '로보틱스 솔루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해 제품군을 늘리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로보틱스 대표로는 로봇 사업 총괄 담당인 서종휘 한화 FA사업부장(상무)가 내정됐다. 이와 동시에 ㈜한화는 스마트 팩토리·물류 자동화 시스템에 활용될 무인 운송 차량(AGV)·로봇 센터를 조직했다.
㈜한화/모멘텀은 산업용 중심에서 서비스용 어플리케이션으로 협동 로봇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용접 및 머신 텐딩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산업용 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푸드 테크 △건물 관리 △전기차 충전 등 서비스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협동 로봇과 AGV 사업을 분사 운영해 중장기적으로 외형 성장과 수익 창출 모두 이뤄내 기업 가치를 증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