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국회 앞 집회 및 전국 각지 행사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전국 각 지역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이번에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땅에 떨어진 교권 추락에 대한 교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전국 시도 교육청과 교원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상당수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를 내고 지난 7월 숨진 서초구 초등교사를 추모했다. 부산에서는 초등교사 가운데 1500여명이 결근한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부산지역 초등교사는 약 9400명이다. 특히 이날 추모집회 참석을 위해 결근한 교사가 많은 일부 부산 초등학교들은 수업이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경남도 또한 이날 연가·병가·출장 등으로 출석하지 않은 초등교사가 13000여명으로 경남지역 초등교사의 약 10%로 추산된다. 광주의 경우 초등학교 7곳이 이날 하루 재량 휴업했고, 연가를 신청한 교사는 25명, 병가는 337명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강원지역에서는 1000명 이상이 연가·병가에 동참하면서 여러 학교가 학부모에게 단축수업 등을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교원들이 집단 연가를 냈던 경우는 있지만 이전에는 대부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중심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반대, 민주노총 총파업 동참 등 정치적 구호를 내건 투쟁방식이었다. 다만 이번엔 주최 측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고 또 교권추락이라는 이슈에 대해서 현장에 있던 교사들이 대규모로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교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교권 침해가 잦아지고 심각해졌는데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공분이 있다. 이날 추모 행사에 참석한 중등교사 A씨는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여러 형태로 교권 침해를 당해왔던 선생님들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처음으로 자기 생존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면서 “얼마나 많이 억눌려왔으면 명예심 높고 개인 의견을 표출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교사들이 절규에 가깝게 살려달라고 외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지난 4월 강원도 원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A군이 수업 시간에 라면을 먹으며 SNS 라이브 방송을 했고, 지난해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이 교단에 올라가 칠판에 판서하는 여성 담임교사(영어) 뒤에 드러누운 채 휴대전화를 들고 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올라왔다. 이처럼 교사들이 수업 중 학생들로부터 심한 조롱을 당하거나 심지어 학생, 학부모로부터 폭행당하는 등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사건이 잇따르면서 교권 추락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주말 현장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 교권 확립과 교육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