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첫 번째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렸다. 이에 따라 심각한 기후변화 피해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외교통에 따르면 아프리카연합(AU)은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목소리를 결집하고자 첫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오는 6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아프리카와 세계를 위한 녹색성장 촉진과 기후재정 해법'을 주제로 아프리카 각국들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특히 AU는 이번 회의를 통해 부채 탕감 등을 통한 재정 지원과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투자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나이로비 선언'을 채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국 케냐의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4일 열린 개막식에서 "재앙으로터 지구와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가 기후 대응을 시작해나가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자금 조달 차단을 해제하고 부채를 경감할 수 있게끔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 각국 정상 및 안토니우 구테흐스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우즈룰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약 3만여 명의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역시 이날 회의 참석을 위해 나이로비를 방문하여 "지정학적 갈등이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극한대립 중인) 미국과 중국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지정학적·경제적 긴장을 뛰어넘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아프리카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만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가장 치명적인 기후재난을 겪고 있어 '기후 불평등'의 피해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티오피아·케냐·수단 등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국가들은 2020년 말 이후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지난해 서아프리카 및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역대급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1500명 이상이 숨지고 3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4일 발표한 '2022 아프리카 기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홍수·가뭄 등의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1억1000만 명을 상회하며, 피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85억 달러(약 11조 2000억여 원) 규모다.
보고서는 "지난해 아프리카 내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수는 5000여 명 정도이며 이중 48%는 가뭄, 43%는 홍수로 인한 피해"라고 말했다. 이어 "집계된 사례가 일부에 불과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아프리카의 기온이 최근 수십 년간 비약적으로 상승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자료에 따르면 이미 아프리카 국가들은 매년 70억∼150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나, 이 역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 투자되는 에너지 기금은 전 세계의 3%에 불과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