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월 중국 우링자동차 제치고 1위
현지 생산한 아이오닉5가 실적 향상 견인
일본 독점에 균열…6.7억 아세안 공략 발판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현대자동차가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세계 1위 니켈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하며 주도권을 선점했다.
현대차는 지난 1~7월 기간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3913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6.5%를 달성하며 선두에 올랐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중국 우링자동차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아이오닉5의 판매 본격화에 힘입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같은 판매 호조세의 바탕에는 아이오닉5의 현지 생산 판매 체계가 자리잡았다.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완성차 브랜드 중 현대차가 처음 현지 생산한 전기차 전용 모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Bekasi)에 구축한 완성차 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양산한 후 현지 판매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전기차 핵심 소재인 니켈 등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아세안 전기차 허브로 도약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에서 앞으로도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최근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GIIAS) 2023에서 두 번째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6를 출시했다.
이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현지에 건설 중인 배터리셀 합작공장이 내년 가동되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바탕으로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이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망 구축도 현대차의 현지 공략 수단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HMID)은 5일(현지시간) 현지 최대 유통업체 ‘리뽀몰 인도네시아(Lippo Malls Indonesia)’와 함께 전기차 충전소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MOU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위치한 리뽀몰의 대형쇼핑몰 52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향후 인도네시아 내 전기차 생태계 및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확장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을 뿐 아니라 일본 자동차 업체 일색이었던 현지 자동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은 인도네시아 내 자동차 판매 순위를 2021년 13위에서 지난해 8위로 높였고, 올해 7월까지 6위에 랭크됐다.
이 기간 판매대수는 2021년 3005대에서 지난해 3만1965대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1~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한 2만65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3.4%로 토요타(32.5%), 다이하쓰(19.6%), 혼다(14.5%), 스즈키(8.0%), 미쓰비시(7.6%) 등 일본 업체들을 좇고 있다. 주요 일본 업체들과 격차를 보이지만 지난 50여년간 일본차가 주름잡았던 현지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10~20일(현지시간) 기간 진행된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GIIAS) 2023에서도 변화의 양상이 확인됐다. 자동차 산업 축제인 GIIAS에서는 자동차 구매계약이 활발히 이뤄진다. 현지 발표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3727대의 현장 계약을 기록하며 토요타(1위, 5,796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 스타게이저(1600대)가 가장 많이 판매됐고 아이오닉5(776대), 크레타(768대)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스타게이저는 현대차가 지난해 아세안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특화 다목적차량(MPV)이다. 현대차는 스타게이저 인기에 힘입어 지상고를 높이고 역동적 디자인을 적용한 ‘스타게이저 X’도 라인업에 추가해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 지역에서 도약하는 것이 현대차의 또 다른 목표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7월 인도네시아산 자동차 3만114대를 아세안, 아중동 등 인근 시장에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0% 늘어난 동시에, 지난 7개월 간 인니에서 기록한 판매대수의 1.5배를 넘는 규모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은 향후 현대차의 주요 수출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향후 인도네시아 공장을 기반으로 6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풍부한 자원 등 잠재력을 보유한 아세안 자동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아세안자동차연맹(ASEAN AUTOMOTIVE FEDERATION)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아세안 자동차 시장 규모는 163만7226대로, 전년 상반기 대비 1.2% 성장하며 지난해 규모(342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