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우라늄탄, 윤리적 문제 소지…俄 반발 예상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열화우라늄탄을 포함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군사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 가능성을 견제하고 대(對)러시아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군사지원에 대해 러시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의 '신냉전' 구도가 우려된다.
7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인도 출장길에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블링컨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번째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브럼스탱크에 장착될 120mm 열화우라늄탄과 대전차 무기, 포탄, 방공 무기 등 6억 6550만 달러(약 8871억 원)의 군사·민간 안보 지원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 이상의 추가 군사지원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지원에는 고속 기동 다연장 로켓인 하이마스 로켓 발사 시스템, 대전차 공격용 재블린 미사일, 에이브럼스 탱크 등도 포함됐다.
이번 미국의 군사지원은 앞서 블링컨 장관이 지난해 9월 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등과 고위급 회담을 한 후 대규모 군사지원을 약속한 지 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자리에서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같이 (러우 전쟁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힘든 겨울을 앞두고 있지만, 우리는 파트너로서 함께 해낼 수 있다"며 화답했다.
한편 지원에 포함된 열화우라늄탄은 매우 강한 파괴력을 지녔으나 방사능 피폭 피해 등의 가능성으로 사용에 있어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미국이 이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AFP통신 등은 열화우라늄탄이 연내에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에도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했을 당시 "상응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만큼 이번 미국의 지원에도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반발을 감수하고도 미국이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는 것과 연관된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보도했다. 7일 일본 NHK도 러시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하며 러시아가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들에 따르면 회담에서는 무기 공급을 포함한 군사 협력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은 6일(현지시간)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이전에 개입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를 다시 촉구한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선택하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커비 조정관은 "무기 거래를 막기 위해 한미일 3국이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며 "'미국을 적'이라고 간주하는 (북중러의) 관계 강화를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한미일-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의 형성 가능성이 짙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