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RE100 난항 겪는 韓… “CFE 국제사회서 인정받아야”
상태바
[기획] RE100 난항 겪는 韓… “CFE 국제사회서 인정받아야”
  • 이용 기자
  • 승인 2023.09.18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민간 합작해 ‘CFE 포럼’ 구성… 무탄소 에너지 활용 확대
무탄소 에너지, RE100에 비해 인지도 부족… '글로벌 인정' 숙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CFE 포럼’을 구성하고 지난 5월 출범식을 가졌다. CFE는 무탄소 에너지의 줄임말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의미한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친환경 실천 의무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부담과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기업 과반수는 친환경과 관련된 글로벌 표준의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102개사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1.4%만이 CF100(Carbon Free Energy 100%)의 정확한 개념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53.9%로, 겨우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영국 민간단체인 The Climate Group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CFE 포럼’을 구성하고 지난 5월 출범식을 가졌다. CFE는 무탄소 에너지의 줄임말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의미하며, CF100의 개념과 유사하다. 정부와 대한상의는 해당 포럼이 무탄소 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포럼에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에너지 수요기업, 업종별 협·단체, 발전사 공기업과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등 에너지 민간기업, 다수의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RE100에 비해 무탄소 에너지의 인지도가 그나마 높은 편이란 점이다. 현재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은 지표는 전 세계 4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RE100이다. CE100에 참여한 기관은 120개 수준이다.

다만 한국 입장에선 RE100에 선뜻 동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무탄소 에너지로 포럼 방향성을 잡은 이유에 대해 “현재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을 지향하는 RE100이 세계적인 대세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여건은 나라마다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하다. 또 유럽연합(EU)이나 북미와 달리 전력계통이 고립되어 있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발족된 포럼은 우리 현실에 맞는 무탄소 에너지 인증체계를 미리 검토하고 향후 국제기준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연내 무탄소 에너지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엔 시범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가진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무탄소 에너지 확산을 위한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 노력도 병행한다는 복안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RE100은 의미 있는 캠페인이나 우리 여건상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탄소 에너지 개념을 활용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국제적으로도 이미 무탄소 에너지를 포함한 포괄적 접근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다.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국가는 한국의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연방정부 시설 전력 100%를 무탄소 전력으로 사용하는 행정명령을 2021년에 발표한 바 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리 정한 재생에너지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는 모두 혜택을 주는 중립적인 접근법을 도입했다. 일본은 비화석 전력 의무화제도를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2012년 발전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하면서 원자력을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중소 제조사들은 아직 어떤 친환경 방식을 따를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형국이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I사 관계자는 “무탄소 에너지가 정말 대세로 자리잡을지에 대해 정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정 기준에 맞춘 공정을 섣불리 도입했다가 방향성이 바뀌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