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부결 호소에도 이탈표 최소 29표 발생
김병기 "오늘은 민주당 의원들 개가 된 날"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1일 가결된 가운데, 부결할 것을 호소했던 당 지도부는 큰 혼란에 빠졌다. 지도부 일각은 가결표를 던진 자당 의원을 향해 거친 언사를 내뱉기도 했다. 향후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탈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혼란 수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 재석 295명 중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됐다. 지난 2월 부결됐던 1차 체포동의안 표결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시에는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 후 지도부는 박광온 원내대표를 필두로 당 의원들에게 부결표를 던질 것을 적극 설득했다. 실제 지도부는 당내 다양한 계파, 모임을 만나며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예상과 다른 무더기 가결표가 나오며 이 대표 체포안이 가결되자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체포안 가결 직후 회의장에서 나온 박 원내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상황을 전하기 위해 나온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많이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여러차례 부결을 호소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내놓는 지도부 일원도 있었다. 당 수석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병기 의원은 표결 이후 자신의 SNS에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가결표를 던진 당 의원들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자리를 찬탈하고자 검찰과 야합해 검찰 독재에 면죄부를 준 민주당 의원들에 경의를 표한다"며 "민주당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강변은 하지 말라. 이완용의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원들에게 "미안하다. 죄송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 (당원들은) 탈당하지 말고 이 대표 곁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같은 표결 결과에 지도부 출신 친명계 인사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검찰 독재 정권의 공격이라고 규정해 싸우고 있지 않았느냐"며 "그런 정치 수사에 동의해 가결표를 던진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소 29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들이 이탈표 색출에 나설 경우 당 내홍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대한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수습책에 대한 당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