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론' 재차 거론···이상민 "유쾌한 결별로 국민 심판 받는 것도 방법"
민주당 계파 갈등, 이재명 구속 여부 결정 이후 더욱 격화될 듯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운데, 민주당에 강한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이미 원내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지만, 친명계와 비명계는 가결 사태의 원인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이 극에 치달으며 당 안팎에선 분당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민주당 내에선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 격화된 모습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이탈표를 단속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나, 계파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친명계는 가결표를 던진 행위를 아예 '해당행위'로 못 박으며 응분의 조치를 예고했다. 강성 친명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압도적 지지로 뽑힌 이 대표를 부정하고 악의 소굴로 밀어 넣는 비열한 배신행위가 어제 벌어졌다"며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 개인 문제로 사태가 벌어졌는데, 왜 엄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느냐'고 맞서고 있다. 비명계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방치한 지도부(최고위)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갈등은 26일 치러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전후로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만약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구속될 경우 당의 실질 권력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모일 공산이 크다. 이에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 차기 원내대표에 자파 인사를 세우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체포동의안 가결의 책임소재부터 신임 원내대표 선출 문제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을 만들자, 한동안 누그러들었던 분당론도 재차 점화되는 분위기다.
분당론에 선봉에 섰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번에도 '유쾌한 결별'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정도 사안(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고 해서 분당을 운운하는 것이 섣부른 것"이라면서도 "한 지붕에서 계속 지지고 볶고 국민들한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느니 오히려 유쾌한 결별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적 심판을 받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3일에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도 출연해 친명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망조가 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친명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기반이 공고해지는 것 같지만 강할수록 더 부러진다"고 꼬집었다.
반면 친명인 안민석 의원은 분당 가능성은 0%라고 단언했다.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가결파가 당에서 나갈 리 없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22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부결파와 가결파 간 적대적인 불신이 너무나 강하게 형성돼 있다. (당이) 위기이고 한 지붕 두 가족, 이런 체제까지 될 것 같다"면서도 "누구도 헤어질 결심은 하지 않는다. 즉, 분당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은 분당 가능성이 없는 이유로 '가결파의 리더십 부재', '비명들도 경쟁할 수 있는 현 민주당 공천 시스템'을 들었다.
민주당의 실질적 분당 가능성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몇 명이 탈당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분당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 평론가는 "사실상 분당이라고 하면 30~40명이 한 번에 탈당해 신당을 만드는 것인데, 분당 세력 중에 대선 주자가 없다"며 "내년 총선 이후에는 바로 대선 싸움인 만큼, 이런 조건이 분당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은 오는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기각 시 친명계의 비명계 심판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고, 반면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비명계가 친명계 책임론을 부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이 대표는 의료진 권고에 따라 전날(23일) 24일간의 단식 투쟁을 끝내고 변호인 등과 함께 본격적인 영장실질심사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