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고대로 포토라인 발언 및 별도 입장문 없어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곧장 법원 청사로 들어가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당초 밝힌 대로 별도 입장문 발표나 포토라인 발언 없이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6일 늦은 오후나 27일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26일 오전 10시 3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단식을 마친 뒤 회복 중인 이 대표는 이날 왼손으로 직접 우산을 쓰고, 오른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출석했다. 제1야당 대표가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는데 한 말씀 해달라',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 '(로비스트) 김인섭과 2010년 이후에도 연락한 게 맞느냐', '민주당 인사가 이화영에게 진술 번복 요청한 사실을 아느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 출입구로 들어갔다. 이 대표는 법정으로 가던 도중 중심을 잃고 휘청거려 주변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백현동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29기)가 심리하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에서는 최재순 공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등 백현동 수사팀과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 등 대북송금 수사팀 소속 검사 10여명이 출석해 구속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 대표 측에서는 부장판사 출신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변호인들도 상당한 분량의 의견서를 준비해 심사에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증거인멸 염려'에 대한 판단에 따라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려 했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위증을 교사한 전력을 강조하며 재판부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 대표가 단식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날인 지난 18일, 공지를 통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알렸다. 이 대표가 오전 7시 10분께 민주당이 부른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지 채 두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후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서울중앙지법은 이튿날인 22일 곧바로 이 대표의 영장 심사 기일을 26일로 지정한 바 있다. 비명(이재명)계 중심으로 한 다수의 이탈표에 가결로 결론나면서 민주당은 계파 간 갈등에 이어, 원내지도부 사퇴 등 내홍에 휩싸인 상황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갈리는 것은 물론, 정치권도 격랑으로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속될 경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당 안팎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당내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검찰의 수사 동력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영장심사 결과는 이날 늦은 밤 또는 다음 날 새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심사를 마친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