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기업인 때리기 재연 우려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임박한 가운데,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을 앞둔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기업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키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감 이커머스 출석은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정무위원회(정무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위) 등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 분포돼 있다.
특히, 오는 11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엔 증인으로 쿠팡CPLB 산디판 차크라보티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쿠팡의 자체 브랜드 전담 자회사인 쿠팡CPLB는 중소기업 상품을 키워 PB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폐기법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질의를 받을 전망이다.
12일 농해수위에는 강성현 롯데온 대표, 강한승 쿠팡 대표, 강희석 이마트 겸 SSG닷컴 전 대표, G마켓 전항일 대표, 김효종 위메프 대표, 김동식 인터파크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안정은 11번가 대표 등이 줄줄이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도서·산간 지역 내 소비자가 내야하는 배송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두고 문답을 주고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산자중위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국정감사에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이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함 부사장은 과도한 수수료 문제, 데이터 독과점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등에 답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수료 문제의 경우 국감 때 종종 다뤄졌던 소재로, 이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이 마찰을 일으킨 적은 없다. 종료 예정이던 포장주문 이용요금 무료지원 정책을 1년 더 확대하기도 했다. 국내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의 박현호 대표도 증인대에 오른다. 이는 온라인 쇼핑물 내 허위 리뷰가 불거진데 따른 조치다.
일각에선 이번 국감에서도 기업 줄세우기·길들이기·망신주기 등의 권한 오남용이 재발하지 않을지 우려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맹목적인 기업인 출석 요구를 삼가하자는 자성적 목소리가 흘러나오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 국감때 마다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보좌진 출신 A씨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행정부를 비롯한 여러 국기기관을 감사하고, 사회적인 문제 등을 지적해야 하는 국감 자리에서 본 취지에 맞지 않게 피관기관에 대한 무분별한 망신주기·호통치기를 벌이는 데에는 다양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라며 “아무래도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인데다가 다음 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원들의 품격있고 날카로운 질의 다운 질의가 기대되면서도, 국감이 단순히 관심몰이를 통한 인지도 쌓기로 전락하진 않을까 염려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를 비롯한 유통업계가 여러 상임위원회 국감대에 서게 됐는데, 타업계보다도 많은 거 같다”며 “국회에서 내년 총선을 염두해두고 무리하게 기업 압박을 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