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노조와 임단협 합의 못 본 상태
EU, 역외품에 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실시 나서
한전, 4분기 전기 요금 1kWh당 26원 인상 시사
건설 경기 악화와 日·中 저가품 유입에 철근 재고↑
조선업계와는 후판가 협상 놓고 샅바 싸움 장기화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내 철강 회사들이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 협상을 마치지 못해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규제와 시황 등 안팎의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날 경북 포항 소재 본사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소속 노조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다. 22차 교섭이 있었던 지난달 26일 이후 8일 만이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 달성 성과급(PI) 200% 신설과 단협 개정안 63건을 포함, 총 86건의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항목 수가 많은 만큼 좀처럼 사측과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앞서 사측에서는 김학동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기본급 15만원 인상·정년 퇴직자 70% 고용 연장·4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구내 식당 중식 무료 제공·격주 주 4일 근무제 도입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부족하다며 자신들이 주장하는 원안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입장에 파업을 포함한 단체 행동까지 우려된다는 전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오늘도 노사 실무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고,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역시 추투(秋鬪)를 벌이는 노조와의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인천·당진·순천 등 4개 사업장 5개 지회와의 처우 협의를 따로 해야 한다. 이후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 과정을 거치고, 사측은 지회장들과 한 자리에 마주 앉아 최종안을 논하게 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와의 의견을 조율 중인 단계에 있고, 대화로 잘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철강업계는 외부 악재와도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유럽연합(EU)은 이달 1일부터 2025년 말까지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가동했다. 이는 해당 기간 중 제3국에서 생산된 철·철강 제품·시멘트·전기·비료·알루미늄·수소 등 6개 제품군을 EU 역내 국가에 수출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산출해 당국에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함을 골자로 한다. 제반 보고 규정 미 준수 시 톤(t)당 10∼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산 CBAM 대상 품목 중에서 철강의 비중은 약 89.3%, 액수로는 45억달러로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1월부터는 수출 철강재의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 EU에 제출할 의무를 지게 돼 비용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는 전기 요금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올해 목표치에는 못 미쳐도 4분기 전기 요금은 1kWh당 25.9원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전기로를 적극 도입한 철강사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제철은 전력·연료비로 1조2613억원, 동국제강은 2969억원을 납부했다. 한전이 계획대로 인상 방침을 추진할 경우 하반기 두 회사의 전력 구입비는 더욱 불어날 것이 명약관화하다.
건설 경기도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어 철근 수요도 해를 거듭할 수록 우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1년 1124만톤에 달하던 국내 철근 수요는 이듬해에는 1030만톤, 올해에는 970만톤으로 2년 새 13.7%나 빠지는 셈이다.
아울러 국내 시장으로의 일본·중국산 저가 철근 유입 규모도 커지고 있고, 동남아 국가들의 철강 사업 자립이 감지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과 공급량 축소 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후판 가격을 놓고 주고객인 조선업계와의 샅바 싸움도 장기화 양상을 보인다. 조선사들은 원자재값이 상반기보다 낮아졌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철강사들은 연료탄과 철광석 등 원재료값 인상분을 반영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